“세계 1위 제압”…김정미, 아시아펜싱 女사브르 동메달→한국 자존심 세웠다
뜨거운 달빛 아래, 검의 날카로운 마찰음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김정미는 결정적 순간, 마지막 한 점을 두고 치열하게 맞서며 코트의 공기를 뜨겁게 달궜다. 긴장과 환호가 교차하던 그 자리에, 동메달을 목에 건 김정미의 이름이 또렷이 각인됐다.
2025 아시아선수권대회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이 6월 1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됐다. 한국 대표 김정미(안산시청)는 이날 8강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대표팀 동료인 전하영(서울특별시청)을 15-14로 꺾으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8강전부터 숨 막히는 공방을 거듭한 끝에 단 한 점 차로 역전승을 거뒀고,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준결승에서 싱가포르의 줄리엣 흥에게 12-15로 석패했다. 결국 김정미는 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며 다시 한 번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 정상은 일본의 에무라 미사키가 차지했다. 싱가포르의 줄리엣 흥이 은메달을 가져갔다. 김정미를 꺾은 전하영은 최종 6위에, 대전광역시청 최세빈은 11위에 자리했다. 같은 날 남자 에페 개인전에 출전한 박상영(울산광역시청)은 16위에 이름을 올리며 분전했다.
김정미는 지난 해 파리 올림픽 이후 대표팀의 젊은 주축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서울 SK텔레콤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며 한국 여자 사브르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경기 직후 김정미는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겨뤄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더 성장해 응원해주신 분들께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에는 경기를 통한 성찰과 각오가 담겨 있었다.
승부의 순간마다 마음을 졸였던 관중과 팬들은 동메달이 걸린 김정미를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승자와 패자 모두가 한층 성숙해진 표정을 지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남은 국제대회 시즌을 차분히 준비하는 분위기다. 젊은 선수층의 약진이 이어진다면, 한국 펜싱의 내일은 더욱 넓은 무대에서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긴 싸움의 끝에서 김정미는 잠시 들이마신 숨을 내쉰다. 한 번의 검격마다 차오른 열망, 한 장의 메달에 쌓인 시간의 무게를 안고, 그녀는 다시 내일로 나아간다. 2025 아시아선수권 펜싱 여자 사브르에서 펼쳐진 이 기록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따스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