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승부차기 혈투”…김혜리 우한 첫 정상→여자 ACL 우승 역사 썼다
스포츠

“승부차기 혈투”…김혜리 우한 첫 정상→여자 ACL 우승 역사 썼다

정유나 기자
입력

낯선 그라운드에서 피어난 신뢰와 희망의 감정, 김혜리가 끝내 승자의 이름으로 무대를 떠났다. 이적 후 첫 국제 결승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낸 120분 풀타임의 힘, 그리고 먼 곳까지 달려온 팬들의 뜨거운 눈빛은 그날의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2024-2025시즌 결승 무대는 24일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 펼쳐졌다. 개최지 우한 장다는 호주 정상의 팀 멜버른 시티와 우승컵을 두고 맞섰고, 정규시간과 연장전까지 1-1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차기에서 우한 장다가 5-4로 승리하며 여자 ACL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승부차기 혈투”…김혜리 풀타임 맹활약, 우한→여자 ACL 초대 챔피언 등극 / 연합뉴스
“승부차기 혈투”…김혜리 풀타임 맹활약, 우한→여자 ACL 초대 챔피언 등극 / 연합뉴스

경기 초반 멜버른 시티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측면에서 예리하게 파고드는 상대를 김혜리가 지키는 우한 수비진이 든든히 막아냈다. 전반 27분 멜버른의 일대일 찬스가 우한 골키퍼 딩쉬안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며, 흐름은 계속 미궁에 빠졌다. 반면 우한 역시 전반 추가시간 왕수앙의 중거리 슛이 상대 골키퍼 미에레스 손끝에 걸렸다.

 

후반전에도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이어졌다. 후반 31분, 멜버른 시티 맥마흔이 프리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헤더로 첫 골을 작렬시키며 기세가 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우한 장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을 왕수앙이 침착하게 마무리해 동점에 성공했고, 관중석은 희망의 환호로 뒤덮였다.

 

연장전 내내 양팀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부었지만, 추가 득점 없이 균형이 유지됐다. 승부의 향방은 운명이 걸린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마지막 여섯 번째 키커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치열한 대결. 우한 장다가 멜버른 시티를 5-4로 눌렀다.

 

김혜리는 이날 120분 내내 오른쪽 풀백으로 뛰며 수비와 빌드업 모두에서 중심을 지켰다. 소속팀 우승을 이끈 한국대표 주장 김혜리는 “동료들과 모두에게 감사하다. 모두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히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홈 관중은 일제히 기립하며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우한 장다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여자 ACL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멜버른 시티의 무패 신화는 이 경기에서 멈췄다. 중국 현지 언론은 우한의 견고한 조직력과 김혜리의 투혼을 높게 평가했다.

 

밤하늘 아래 비처럼 쏟아진 환희와 아쉬움, 그 속에 남겨진 이름은 김혜리와 새로운 챔피언이었다. 한 사람의 투혼이 팀 전체의 역사가 됐다. 우한 장다와 김혜리의 이야기, 아시아 여성축구의 기록으로 깊게 남았다. 여자 ACL의 첫 주인은 우한 장다가 차지했다. 팬들은 다가올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며, 그날의 빛을 마음에 담았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혜리#우한장다#여자a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