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마다 피어나는 붉은 기억”…봉선화 체험과 산책, 자연 속 여유로움
요즘은 손끝에 꽃물을 들이는 풍경이 다시 늘었다. 예전엔 어린 시절 여름방학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자연 감성 체험의 일상이 됐다. 봉선화 물든 손톱을 바라보며, 잠시 잊고 있었던 나만의 여유와 아련한 추억이 다시 깨어난다.
광주 퇴촌면 율봄식물원에서는 봉선화가 정원의 숨결을 따라 은은히 피어난다. 선홍빛에서 연분홍빛까지 다채로운 색의 봉선화와 서양 봉선화 산파첸스가 2만여 평 야외 정원을 가득 수놓고, 자연스럽게 이들 사이를 걷는 발길마저도 꽃길의 한 장면이 된다. 곳곳에 놓인 벤치와 평상에서는 깨끗한 바람과 햇살 아래 잠시 앉아, 도시의 소음과 분주함을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다. “봉선화 꽃물이 손톱에 번질 때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공원을 걷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는 어느 방문객의 소감처럼, 익숙했던 감정이 다시 손끝에 머문다.

이런 변화는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자연에서 딴 봉선화로 직접 천연 꽃물을 들이는 특별한 체험이 준비됐고, 반려식물 화분 심기, 압화 키링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된다. 특히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제공되는 동물 먹이 교환권, 레일썰매장, 동물 먹이주기 체험까지 더해져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담백한 여름 추억을 선물한다. “꽃을 가까이에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질 때, 자연의 리듬이 몸에 천천히 스며든다”는 자연치유 전문가의 조언처럼, 식물 가까이에서 머무는 경험만으로도 일상에 작은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
체험 후기를 간직한 부모들과 아이들의 반응 역시 푸근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손톱에 꽃물이 물들어 학교에 가기 아쉬워 지웠다” “아이와 함께 만든 키링이 집안에 새로운 추억을 켜켜이 심어준다”는 소리가 이어진다. 평범한 주말, 가족 모두가 숲속 길과 꽃사이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기에, 함께라서 더 소중한 하루가 된다.
‘율봄식물원 봉선화 시즌’은 여름의 한복판에서 자연의 시간을 고요하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손끝에 번지는 꽃물 한 점, 나란히 걷던 정원길, 오롯이 나와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쉼표.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