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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아, 맥고나걸에 스며든 온기”…성우계 별의 마지막 인사→숨결처럼 남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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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아, 맥고나걸에 스며든 온기”…성우계 별의 마지막 인사→숨결처럼 남은 여운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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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추억이 켜켜이 쌓인 목소리, 임수아의 시간이 별빛처럼 잔잔히 흘렀다. 사랑스러운 앤의 웃음을 닮았고, 단단한 맥고나걸 교수의 카리스마를 품었던 그의 연기는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선사하며 많은 이의 가슴에 여운을 새겼다. 스크린 너머와 마이크를 타고 흐른 임수아의 목소리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친 성장의 길목과, 삶의 눈부신 한 장면을 불러일으켰다.  

 

성우 임수아가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성우협회는 22일 임수아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그의 빈소가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길을 지키는 조문객과 동료들은 마치 극 중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의 차분한 말투처럼, 차분히 그를 추억했다.  

“마법 같은 목소리 기억한다”…임수아, ‘해리포터’ 맥고나걸→별빛으로 스며들다
“마법 같은 목소리 기억한다”…임수아, ‘해리포터’ 맥고나걸→별빛으로 스며들다

임수아는 1968년 TBC 4기 성우로 데뷔했다. ‘빨간 머리 앤’, ‘명탐정 코난’, ‘미녀와 야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와 함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맨 인 블랙2’, ‘시네마 천국’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 연기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극장판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를 연기하며 스크린 밖 관객마저 진하게 몰입시켰다.  

 

목소리로 전한 감정, 단단하게 전달된 메시지가 오랜 세월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밝은 소녀부터 냉철한 지도자까지, 임수아가 분한 캐릭터들은 한 시대의 감정 풍경을 그려냈다. 단지 인물의 목소리만을 대신하지 않았던 임수아는,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생명력을 담아 극의 감정선을 함께 걸었고, 그러한 순간들은 다음 세대를 향한 아름다운 울림이 됐다.  

 

세월이 흘러도 별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임수아가 남긴 목소리는 세대를 건너 오늘날에도 묵묵히 새겨진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 ‘해리포터’ 시리즈와 ‘빨간 머리 앤’이 남긴 잔잔한 온기처럼, 임수아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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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아#해리포터#맥고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