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AI 협력체계 구체화”…APEC, 21개국 공동선언 합의로 산업지형 변화 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소속 21개국이 디지털·AI 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한 장관 선언문에 전격 합의했다. 4일 인천에서 열린 첫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의 이번 합의는 각국이 산업 경쟁력을 넘어, 연결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AI 기술과 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정례 협의체로의 전환점이 된다는 평가다. 업계는 한국이 ‘APEC AI 이니셔티브’의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국면에서 정책 리더십 확보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석한다.
이번 장관회의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진행됐으며, 역내 주요 장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모두의 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디지털·AI 전환’을 주제로 공식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올해 말까지 한국 주도로 추진되는 ‘APEC AI 이니셔티브’ 개발은 회원국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배 장관은 “‘AI·디지털 정책’ 의제가 실무 차원을 넘어 장관급 공동원칙으로 논의된 점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APEC 장관들은 공동선언에서 2040년까지 개방적이면서 회복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구축을 위해 디지털 및 AI 기술을 활용한 사회경제적 과제 해결, 디지털 연결성 증대, 신뢰 기반 생태계 조성 등 세 가지 핵심과제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국은 미중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존 통신 중심 논의를 AI·디지털 전반으로 확장하며 국제사회 협력 채널의 교두보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선언문에 모든 APEC 회원국이 동참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AI·디지털 협력의 외연이 실질적 합의로 진전됐다는 의미가 있다. 강하연 정보통신실무그룹 의장은 “회원국 간 AI를 단순 경제 협력이 아닌 사회 공동체 문제로 논의하는 등 이견을 조율해낸 게 성과”라고 밝혔다. 배 장관도 “이번 합의가 디지털·AI 고위급 협의체 정례화의 기반이 되며, 향후 구체적 협의 방안까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이 최근 AI 액션플랜을 통해 AI 기술 전 스택(Full-Stack)의 표준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한국의 오픈소스 기반 경쟁력과 AI 분야 투자 확대가 산업적 파급을 높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내년 중국 개최 APEC 행사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AI 활용의 윤리, 데이터 규제 등 정책적 쟁점에 대한 장기 협의 필요성과 더불어, 향후 글로벌 공급망 구도와 각국의 산업 전략이 어떤 균형을 찾을지가 새로운 변곡점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PEC 디지털·AI 협력체계의 본격적인 정례화가 혁신과 규제, 경제와 기술의 접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 선언이 실제 정책과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