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새 환자 3배”…복부 대동맥류 스텐트 시술 확대가 생존율 바꿨다
복부 대동맥류가 국내 노인층에서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13년간 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가 3배가량 증가한 가운데, 최소침습 스텐트 시술 적용 확대가 비파열 환자의 생존율 개선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쳐 주목된다. 업계는 첨단 의료기술이 고령 인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혈관 질환의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복부 대동맥류는 배 속의 대동맥 벽 일부가 나이, 질환 등으로 약해지며 점차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정상 복부대동맥 직경(2cm) 대비 50% 이상 넓어진 3cm 이상이면 복부 대동맥류로 진단한다. 특히 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대량 출혈로 이어져 즉각적인 생명 위협으로 이어진다. 고령 남성, 가족력,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가 주요 발생 위험인자로 꼽힌다.

조성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통계청 등 전국 단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2010~2022년 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복부 대동맥류 환자는 약 4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70대와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에서 유병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 인구 고령화와 함께 사회 전체의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복부 대동맥류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통적 개복수술(OAR)은 배를 열어 인공 혈관으로 약해진 부위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술 시야가 넓어 안정성이 높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부담이 크다. 반면 스텐트 삽입술(EVAR)은 사타구니 혈관을 경유해 인공 혈관과 연결된 스텐트를 삽입해 대동맥류를 우회시키는 최소침습 시술로,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 기간도 짧은 것이 강점이다. 고령 혹은 전신질환 환자에서 수술 진입문턱을 크게 낮춘 셈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2011년 이후부터 스텐트 시술 건수가 개복수술을 앞질렀고, 전체 EVAR 시술 횟수도 2.68배 증가해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동기간 비파열(파열 전 진단) 대동맥류 환자에서 연간 사망률이 1.4%에서 0.7%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점 역시 스텐트 시술 확대 효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도 스텐트 수술 선택 비율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텐트 방식의 복부 대동맥류 치료가 표준적 최소침습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EVAR 시술이 대세로 자리했으며, 장기 임상 데이터와 맞춤형 제품화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다만 동맥류가 이미 파열된 경우에는 여전히 사망률이 약 35%에 머물러, 조기 발견과 예방적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선 초음파 등으로 복부 대동맥류 진단이 비교적 간편하게 이뤄지지만, 고위험군(고령자, 흡연자, 만성질환자)에서의 정기 스크리닝 제도화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된다.
조성신 교수는 “스텐트 시술 확산이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의 생존 개선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고령화 사회가 더욱 진전되는 만큼,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후속연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흡연 예방, 고혈압·고지혈증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 역시 사회적 차원의 선제적 예방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다.
산업계는 복부 대동맥류 스텐트 시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정착, 표준화될지 귀추를 주시하고 있다. 기술 발전만큼이나, 조기 진단과 의료계-정부의 연계 체계가 실질적 건강수명 연장에 핵심 변수가 된다는 점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