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AR 운용 앞세운 핵융합 가속 전략”…정부, 1.2조 인프라 예타 연내 신청
꿈의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기술 상용화 경쟁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1조2000억원 규모의 핵융합 핵심기술 실증 및 첨단연구 인프라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고, 기술 개발 추진 로드맵을 고도화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대와 인공지능 도입으로 미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중국·일본 등도 전력생산 목표 시점을 2030~2040년대로 앞당기는 등 핵융합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전략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22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전략 포럼’을 개최하며 향후 8대 핵심기술 확보와 첨단 실증 인프라 조성 방안을 공개했다. 우리나라는 인공태양 KSTAR(케이스타) 장비 운용과 국제 공동 ITER(이터) 사업 주도로 이미 세계적 건설·운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전력생산에 필수적인 증식 블랑켓, 연료주기, 핵융합 소재 등은 연구기반이 아직 미흡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상용화 핵심부품의 설계·검증 역량이 부족한 점, 극한환경 시험 인프라 공백이 한계로 꼽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대형 토카막 기술을 KSTAR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소형화하는 혁신을 추진한다. 초고성능 플라즈마의 안정적 유지 및 핵융합로 설계 기간 단축을 위해 AI·디지털 기술을 접목, 차세대 장비류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력생산 핵심기술에서는 설계·제작·검증까지 전주기 산학연 협력과 국내외 인프라 연계 시험을 대폭 확대한다.
포럼 현장에서는 “우리나라는 핵융합 분야에서 건설·운전노하우는 강점이지만, 전력생산 및 핵심 재료 기술은 아직 초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핵심기술 8개 분야는 노심 플라즈마, 디버터, 가열·전류구동, 초전도자석, 블랑켓, 소재기술, 연료주기, 안전·인허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첨단 실증 인프라를 국내외 설치·활용하고, 현실적 조성이 어려운 항목은 해외 연구시설 연동 전략도 검토한다.
정부는 올해 내 국가핵융합위원회와 연계해 확정된 로드맵을 발표하고, 핵심기술별 추진체계와 예산 확보를 위한 신규 R&D 사업도 기획한다. 단순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생태계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등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기관이 미래 핵융합 전문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도 강화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2030년대 상용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인재 생태계와 국제 공동인프라 확보 경쟁이 본궤도에 올라야 한다”고 분석한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실장은 “핵융합 기술 상용화에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선도국 도약도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이종 협력, 실증, 전문인력 양성을 아우르는 로드맵 실행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 예타 추진이 실제 핵융합시장의 돌파구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실효적 정책이 균형을 이룰 때, 미래 에너지 산업 구조 혁신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