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충돌 아수라장”…첼시·레알 베티스, UECL 결승 전야 소동→28명 연행
도시 전체에 드리운 팽팽한 긴장은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에서 모여든 수만 명 축구 팬의 열정은 한순간 폭력의 얼굴을 드러냈고, 브로츠와프의 밤거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유럽축구리그의 영광을 향한 갈망은 경기장 바깥, 예기치 못한 충돌의 상흔만을 남겼다.
2024-2025 유럽축구연맹 콘퍼런스리그 결승을 목전에 두고 첼시와 레알 베티스 팬들 사이에서 대규모 충돌이 발생한 사실이 29일 현지 언론 BBC 등 주요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사건은 결승 전날인 27일 저녁, 폴란드 브로츠와프 시장 광장에서 벌어졌다. 양측 팬 수백 명은 시작부터 격양된 분위기였으며, 곧바로 의자와 유리병, 각종 물건이 날아다니는 난투극으로 치달았다.

브로츠와프 경찰은 급기야 최루 가스까지 투입하며 군중 해산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28명이 즉각 체포되는 등 강경 대응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비상사태 대비용 물대포를 준비했다는 말도 있었으나, 시 당국은 실제 사용은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다행히 큰 부상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양국에서 모인 약 7만 명 팬들은 곳곳에서 긴장된 분위기를 이어가며 결승전 당일에도 도시 전체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브로츠와프의 축제는 순식간에 폭력과 불신으로 얼룩졌고, 이는 국제대회의 안전 관리 문제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경기장 내부의 분위기는 달랐다. 첼시는 후반전에만 4골을 몰아치며 레알 베티스를 4-1로 꺾고 클럽 통산 첫 UE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팬들의 함성과 감독진의 표정, 그리고 패배를 곱씹는 레알 베티스 선수들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첼시 구단 관계자는 "모두가 축구 본연의 열정과 기쁨을 나누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UEFA와 폴란드 경찰 당국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대회에서 한층 강화된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결승이 남긴 후유증은 여운을 길게 남긴다. 광장에서 불거진 팬들의 충돌, 그 안에 담긴 갈등의 그림자 속에서도 축구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승장과 패장의 온도가 교차하는 이 순간, 경기장의 환희와 바깥의 상흔은 오랜 시간 유럽 축구사에 남을 듯하다. UEFA 콘퍼런스리그 결승전의 기록은 5월 29일 아침, 축구 팬과 도시 모두의 가슴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