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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이 내 손에”…로또 1등의 꿈, 여전히 삶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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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이 내 손에”…로또 1등의 꿈, 여전히 삶을 흔든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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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또 추첨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행운을 바라던 순간이 TV 화면 너머가 아닌 가깝고 구체적인 일상이 된 모습이다. 오래전엔 꿈같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혹시?’라는 기대와 함께 토요일 저녁마다 한 번씩 가슴을 뛰게 한다.

 

이번 1185회 로또에서도 1등 당첨자는 12명이나 나왔다. 각각이 받는 금액은 세금 공제 후 약 16억 원. 2등은 79명으로, 이들 역시 인생의 한 장면이 바뀔 수 있는 돈을 손에 쥐게 됐다. 자연스럽게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번에 내가 산 번호가 나왔다”, “거액 당첨의 현실감은 어떨까?” 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쉽게 다가오지 못했던 ‘기적’이 매주 한 번, 우리 곁을 스치고 가는 셈이다.

제1185회 로또당첨번호
제1185회 로또당첨번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02년 1회부터 지금까지 누적 로또 1등 당첨자는 9,763명, 누적 1등 지급금액은 19조가 넘는다. 가장 많이 등장한 번호, 오랜만에 나온 번호 등 ‘통계 놀이’ 역시 로또 마니아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한 즐거움이다.

 

전문가는 이 현상을 ‘희망 소비’라 부른다. 한 심리학자는 “최고 금액은 아니라도, 매주 소소한 기대 하나가 일상의 힘이 된다”고 해석했다. “단지 돈이 아니라, 선택과 우연이 섞인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만큼 사행성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우리의 마음속 욕망과 기대치가 묻어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번에도 꽝이었지만 재미로 산다”, “당첨 공개되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설렌다”는 글이 매주 넘친다. 토요일 저녁, 가족 혹은 친구와 “오늘은 몇 번이 나올까?”를 맞추는 순간, 소소한 이벤트처럼 삶 한편에 자리 잡았다.

 

로또는 이제 단순한 재테크나 일확천금 도전이 아니다. 예상 당첨번호를 고민하고, 많이 나온 숫자 통계를 확인하면서 ‘내 삶도 한순간 바뀔 수 있다’는 작은 기대를 품는다. 가족끼리 모여 따뜻한 밥상을 두드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듯, 로또도 누군가에겐 주중 마지막을 환하게 장식하는 생활의 풍경이다.

 

작고 불확실한 선택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용기 내고 더 바라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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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당첨번호#동행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