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이 신경을 공격”…다발성경화증, 조기 진단이 생명선

팔이나 다리에 갑작스런 힘 빠짐이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자가면역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의심해야 한다. 다발성경화증은 뇌, 척수, 시신경을 비롯한 중추신경계를 몸의 면역세포가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 면역체계의 오작동으로, 젊은 층 특히 20~40세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병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취약성과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인 인구, 북유럽 등 위도 45~60도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되며, 일조량 부족과 낮은 비타민D 수치의 연관 가능성, 청소년기 비만, 흡연, 음주 등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질환의 경계와 발생 역학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해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이 질환은 임상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팔, 다리 마비, 감각 저하, 시야장애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일으키는 증상부터 척수염, 시신경염, 복시, 안면 근육 마비, 실어증, 인지 저하, 우울감, 수면장애 등 신경계 기능 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영구 신경손상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한 변수로 부상한다.

진단 과정은 쉽지 않다. 유사 증상을 보이는 다른 신경계·면역질환과의 감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병력 청취, 신경학적 검사와 더불어 뇌 자기공명영상(MRI), 뇌척수액검사, 유발전위검사, 혈액정밀분석 등 복합 진단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병변의 유형과 분포, 반복적 재발 여부까지 면밀히 판별해야 한다”며 최신 뇌영상 기술의 진단 정확도 향상에 주목하고 있다.

완치는 아직 어렵지만 조기 진단에 기반을 둔 질병조절 솔루션이 차츰 진화 중이다. 급성기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 혈장교환술 등으로 신경손상 악화를 막고, 만성기에는 다양한 주사제·경구제 기반의 질병조절치료제가 증상의 악화와 재발 빈도를 억제한다. 최근에는 신경 손상 지연과 삶의 질 개선에 특화된 신약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 관리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글로벌 의료계 역시 다발성경화증의 조기 진단 및 맞춤 치료 전략의 고도화 움직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유럽에서는 비타민D 및 면역 조절제 연관성 연구와 치료제 승인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최신 치료지침의 반영과 환자 추적 관리 강화가 이어진다.

백설희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전문의 진단과 조기 치료가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치료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환자들은 꾸준한 모니터링과 전문적 상담을 통해 최적의 질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진단법이 실제 임상과 환자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