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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볼넷·역전 득점 합작”…이정후, 다저스전 만남→샌프란시스코 6-2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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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볼넷·역전 득점 합작”…이정후, 다저스전 만남→샌프란시스코 6-2 승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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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눈빛이 잠시 오갔다. 벤치 너머로 스미는 긴장과 설렘엔 키움 히어로즈 시절의 기억 따위도, 빅리그의 현장감도 함께 스며 있었다. 이정후와 김혜성이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MLB 공식 경기에서 재회하는 순간, 팬들의 응원 역시 서울과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가 14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맞붙었다. 모두에게 의미 깊었던 건 KBO리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정후와 김혜성이 각자 유니폼을 갈아입고 처음 정규 시즌에서 마주 선 역사적인 날이라는 점이었다.

“1볼넷·역전 득점 합작”…이정후, 다저스전 만남→샌프란시스코 6-2 승 / 연합뉴스
“1볼넷·역전 득점 합작”…이정후, 다저스전 만남→샌프란시스코 6-2 승 / 연합뉴스

김혜성은 결장했지만, 경기 전 이정후와 나누는 짧은 인사와 환한 미소 한 줌이 팬들과 현장 곳곳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두 선수의 만남은 그 날을 오래 기억할 이유가 됐다.

 

경기 내용은 빠르게 샌프란시스코가 주도권을 쥐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정후는 이날 1번 타자이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렸다. 1회 첫 타석에서는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빠른 공을 우측 깊숙이 보냈으나, 토미 현수 에드먼의 다이빙 캐치에 막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분위기는 3회 초에 바뀌었다. 이정후는 야마모토와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바깥쪽 156㎞ 직구를 끝까지 참아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곧이어 야마모토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케이시 슈미트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완성하며 경기는 순식간에 자이언츠 쪽으로 기울었다. 이정후는 3루를 박차며 득점, 빅이닝의 단초를 열었다.

 

이정후는 4회와 6회 타석에서도 꾸준히 공을 맞췄지만, 에드먼의 견고한 2루 수비에 차례로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4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정교한 선구안과 끈기를 보여줬다. 시즌 타율은 0.270으로 다소 낮아졌으나, 위기 순간 차분한 역할 수행이 빛났다.

 

투수진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건 웹이 7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반면 다저스의 야마모토는 4와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와 5볼넷, 5실점으로 흔들렸고, 패전투수가 되는 쓴맛을 봤다.

 

관중석에는 이정후와 김혜성의 빅리그 동반 여정에 환호를 보내는 현지 팬들과 한국에서 건너 온 유니폼 물결도 눈에 띄었다. 경기 전 SNS에는 두 선수의 다정한 재회 장면과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는 “김혜성과 다시 같은 무대에 서니 감회가 크고, 서로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고 짧게 소감을 남겼다. 김혜성 역시 더그아웃에서 이정후가 출루하는 장면에서 박수를 보내며 동료애를 전달했다.

 

이날 승리로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모두 41승 29패, 승률 0.586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공동 선두를 지켰다. 두 팀은 15일 다시 맞붙을 예정이라, 이정후의 타격감 회복과 한국인 빅리거 맞대결에 시선이 쏠린다.

 

하루의 꿈, 유니폼 사이에 깃든 우정과 경쟁, 그리고 또 한 번의 환호. 경기는 끝났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남겨지는 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시즌 2차전, 그 응원의 여운 속에서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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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김혜성#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