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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열풍에 영양 결핍 우려”…의료 영양 산업, 맞춤 솔루션 경쟁 본격화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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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 43조원을 돌파하며 전 세계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다.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를 중심으로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영양 결핍 문제가 새롭게 부상하면서 의료 영양(Medical Nutrition) 산업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다. 업계는 이번 흐름을 ‘의료·영양 통합 관리 경쟁의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헬스케어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43조6800억원)를 넘어섰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치료제의 광범위한 도입은 단순한 약물 시장의 팽창에 그치지 않고, 식품·영양제·헬스케어 기업까지 포함하는 복합 생태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GLP-1 치료제 복용자들은 칼로리 섭취가 크게 줄어, 임상시험 참여자 기준 하루 1218kcal의 추가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주요 영양소 결핍 및 근육량 손실이 임상적으로 확인되면서, 산업 전체가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특히 GLP-1 치료제 부작용으로 알려진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은 영양소 흡수 장애를 유발해 장기 복용 시 결핍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단백질 남용 감소로 인한 근손실(체중 감량 내 20~30%), 철분·B12 결핍에 따른 빈혈 및 신경학적 손상, 칼슘·비타민D 부족에 따른 골밀도 저하 등 광범위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당뇨약 메트포르민을 병용하는 환자에서는 B12 결핍 위험이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영양 전문가·운동 전문가·디지털 헬스 솔루션이 통합된 의료 생태계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애보트 등 글로벌 영양기업은 GLP-1 사용자 전용 플랫폼과 고단백 식, 근육량 보존 제품 등을 출시하며 맞춤형 영양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는 ‘일반 체중 감량식’에서 ‘질환별 특화·임상 기반 영양 솔루션’으로의 전환이 실제 비만 치료 현장에서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의료영양, 식품·헬스케어 기업의 전략 변화는 시장 외연 확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적 단백질 섭취(체중 1kg당 1.2~1.5g), 비타민 및 미네랄 보충, 식이섬유·수분 공급, 맞춤 운동·식이 상담, 환자별 정기 모니터링이 포괄된 통합 관리 모델이 앞으로 치료제 생태계의 경쟁구도가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GLP-1 치료제가 장내 미생물 환경에도 영향을 주어, 단쇄지방산(SCFA) 생성 증가, 장 장벽 강화, 대사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매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등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보조요법 역시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영양과 약물, 미생물까지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 통합 관리 체계로 시장이 빠르게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계는 GLP-1 비만 치료제의 성공이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맞춤형 영양시장과 디지털 헬스케어, 마이크로바이옴 등 연관 산업 확장과 ‘진짜 지속 가능한 비만관리 생태계’ 구축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영양과 데이터, 약물과 미생물 생태계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구조적 변화가 업계 성장의 관건이 되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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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비만치료제#의료영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