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프로토콜 발동”…뤼디거, 클럽월드컵 파추카전 충돌→FIFA 조사 촉구

왼손을 들어 교차시킨 심판의 동작이 공기마저 멈추게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안토니오 뤼디거는 팬들의 환호와 적막 사이에서 깊게 숨을 내쉬었다. 토너먼트 진출의 문턱에서 터져 나온 긴장감은 경기장을 둘러싼 관중들의 눈빛에 옮겨 붙으며, 축구가 가진 어두운 현실과 마주보는 순간을 만들었다.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H조 2차전이 23일 미국 샬럿에서 펼쳐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파추카는 조별리그 통과라는 목표 아래 서로를 밀어붙였다. 경기 내내 뜨거운 접전 속에서 뤼디거는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다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무렵, 예기치 못한 충돌이 불거졌다. 파추카의 구스타보 카브랄은 뤼디거의 파울 판정에 거칠게 항의했고, 두 선수 사이 감정의 골이 짙어졌다. 그 혼란의 순간, 뤼디거가 인종차별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켜보던 주심 라몬 아바티는 즉시 두 손을 교차하는 행동으로 FIFA 인종차별 프로토콜의 첫 단계를 공식적으로 실시했다.

심판의 독특한 동작은 그라운드 전체에 경각심을 일으켰고, 양 팀은 물론 벤치에 있던 인원들까지 사태를 진정시키려 뛰어들었다. 수 분간 멈춰선 경기장에는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 사비 알론소는 뤼디거의 피해 호소를 언급하며 “FIFA가 반드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축구장 내에서 불관용 원칙만이 유일한 대답임을 강조했다.

반대편의 파추카 소속 카브랄은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평소 쓰는 말이었다며, 단순한 감정 표현임을 설명했다. 진실은 FIFA의 공식 조사와 함께 점차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이번 경기는 뤼디거가 약 두 달 만에 복귀한 무대였다. 각별한 기대 속 레알 마드리드는 파추카를 상대로 3-1로 승리하며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네 차례에 걸친 치열한 몸싸움과 기록된 슈팅, 볼 점유율 58 대 42라는 수치까지 모든 수치는 치열했던 승부를 증명했다. 클럽월드컵에서 FIFA가 도입한 인종차별 대응 프로토콜은 경기 중단에서 심판 보고, 공식 징계까지 세 단계를 거쳐 문제를 관리한다. 이번 사건은 그 절차의 시작점에 섰다.

관중석을 메운 팬들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밤, 축구가 던진 길고도 무거운 질문에 긴 숨을 삼켰다. 경기장에 머문 슬픔, 그리고 무관용의 약속이 어떻게 현실이 될지 시선이 쏠린다. 레알 마드리드는 다음 경기에서 대회 2연승과 조 1위 확보라는 또 다른 목표를 바라본다. 치열한 기록 너머, 축구의 진실을 성찰하는 이 밤의 사연은 2025년 6월 23일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현장에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