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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기대 모았다”…김태형·박건우 신인 서사→프로 무대 첫 관문에서 멈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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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기대 모았다”…김태형·박건우 신인 서사→프로 무대 첫 관문에서 멈춘 시선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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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하나에 쏠린 조명과 기대. 프로야구의 여름이 깊어가는 무렵, 김태형과 박건우 등 동명이인 신인들이 야구장에 등장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익숙한 이름에서 비롯된 묘한 설렘과 낯선 현실의 간극 사이, 데뷔 무대를 위한 여정은 거대한 숙제로 다가왔다.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는 김태형, 박건우, 이호준, 양현종처럼 기존 스타 선수나 지도자와 똑같은 이름을 지닌 신예들이 상위 순번에 들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KIA 타이거즈의 루키 투수 김태형은 롯데 감독과 같은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고, kt wiz 박건우 역시 NC의 주전 선수와 합을 맞추듯 첫 출전 기회를 만났다. 그라운드에는 이호준, 양현종 등 또 다른 동명이인 선수들도 합류하며 ‘이름’만으로 통하는 특별한 시즌이 만들어졌다.

“이름값 기대 모았다”…KIA 김태형·kt 박건우, 동명이인 신인→실전서 고전 / 연합뉴스
“이름값 기대 모았다”…KIA 김태형·kt 박건우, 동명이인 신인→실전서 고전 / 연합뉴스

하지만 실전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김태형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4패, 평균자책점 11.42로 고전했다. 1군 엔트리에는 올랐으나 아직 정식 등판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박건우 역시 2군에서 한 차례 마운드를 밟았을 뿐, 기대와 현실의 거리는 쉬이 좁혀지지 않았다. 입단 2년 차에 접어든 이호준(롯데)은 53경기 타율 0.235,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최근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키움의 양현종도 1군에서 7경기만 치른 뒤 성적 부진으로 말소된 아픔을 겪었다.

 

반면 삼성 라이온즈 신인투수 김태훈만은 1군 데뷔와 함께 의미 있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SSG전에서 첫 1군 무대를 밟은 이후 8경기 출전, 평균자책점 4.15로 위기를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이 낳은 세 명의 김태훈, 베테랑 불펜 김태훈(1승 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1.62), 외야수 김태훈(12경기 타율 0.286) 모두 제 각기 다른 역할로 필드를 지켰다. 올 시즌 LG전에서는 이 두 선수가 역전승에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이름의 중첩은 비단 삼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승현, 김상수, 최원준 등 각 구단마다 동명이인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하나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공·수의 다양한 포지션, 서로 다른 등번호와 기록 속에서 같은 이름이 주는 울림은 야구팬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팬들은 유니폼 등번호에 새겨진 이름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상상을 더한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이름이 같아도 현장에서는 등번호로 부를 만큼 구별에 재미가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같은 이름, 그러나 각자의 개성과 실력으로 인정받는 길만이 진짜 프로의 서사임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모든 이름에는 서사가 시작된다. 김태형, 박건우, 양현종 등 신예들은 2군과 1군을 오가며 배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한 시즌을 견디고 있다. 익숙한 이름에 걸맞은 찬란한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잔여 시즌 그들이 그려갈 진짜 주인공의 드라마에 야구팬들의 시선이 고요히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기다림, 그리고 진가를 결정지을 무대는 2025 KBO리그 남은 시간 속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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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박건우#삼성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