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0.24% 하락에 환율 급등”…코스피, 미국 이란 핵시설 공습 충격→시장 불안 고조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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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흐름이 거칠게 출렁이던 6월 23일, 코스피는 3,014.47에 숨을 내쉬며 전일보다 0.24% 낮은 자리에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겨냥한 공습을 단행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는 짙은 불안이 스몄다. 위험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하게 확산됐고, 동시에 원화와 주가가 나란히 약세를 보였다.

 

장 시작부터 코스피의 움직임은 가팔랐다. 지수는 29.64포인트, 0.98%나 떨어진 2,992.20에서 출발해, 한때 2,971.36까지 고꾸라졌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무려 1조3,800억 원 규모로 주식을 쓸어 담으며 서서히 하락폭을 다소 줄이고, 가까스로 3,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675억 원, 기관은 9,510억 원을 내놓았고, 개인만이 거센 순매수로 시장의 아래를 받쳤다.

코스피 0.24% 하락…미국 이란 공습에 원화·주가 동반 약세
코스피 0.24% 하락…미국 이란 공습에 원화·주가 동반 약세

외환시장에도 거센 파도가 일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8.7원이 급등해 1,384.3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한 달 만의 가장 높은 주간 종가였다. 장중에는 1,385.2원까지 올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얼마나 팽배했는지를 드러냈다.

 

국제유가 또한 중동의 위기가 커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1.5% 오른 배럴당 78.16달러에 거래됐다. 개장 직후 한때는 81.40달러까지 치솟으며, 무려 5개월 만에 80달러 선을 상회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WTI 선물 가격도 1.5% 오른 74.94달러까지 오르면서, 개장 초에는 78.40달러를 기록했다.

 

불안정성은 각종 안전자산에도 미묘하게 영향을 미쳤다. 금 가격은 오히려 위험회피 분위기 속에서 0.3% 떨어져 온스당 3,357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가상자산은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1억4,000만 원대, 이더리움 역시 310만 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미국의 공습은 6월 21일 이란의 핵심 핵시설 세 곳을 직접 타격한 것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 구도에 미국이 공식적으로 뛰어든 결과였다. 이어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자,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큰 파도에 휩싸였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중동 정세와 연계된 다양한 위험 요소를 1~2주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이 군사적 보복이나 해협 봉쇄에 돌입할 시 국제유가가 한때 100달러선을 시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와 증시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커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국제 금융계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SS 웰스스트리트의 수간다 사체데바 창립자 역시 “지정학적 충돌이 이어진다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날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어 미국의 공습이 국내금융과 실물시장에 미칠 영향 전반을 점검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직무대행은 “국제유가가 2~3%대 상승하며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며 “정부 역시 경계를 높이고, 유가 담합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는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모니터링의 고삐도 바짝 쥐었다.

 

중동발 지정학 위기는 투자자와 수출입 기업, 실물 경제 전체에 커다란 경계심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 시장 불안이 맞물리는 시기인 만큼, 투자자는 리스크 분산과 대응 전략을 더욱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남은 1~2주간, 이란의 추가적 대응 여부와 국제정세의 흐름, 각국 정부의 대책에 금융시장의 촉각이 곤두설 것으로 예견된다. 진정 국면이 다가올지, 혹은 또 다른 변동성이 펼쳐질지, 다음 주 각종 거시 지표와 대외정책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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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미국#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