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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폐 손상까지”…독성硏, 호흡기 위험 첫 입증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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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스티로폼 등 일회용 용기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가 호흡기 건강에까지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호흡기안전연구센터 이규홍·우종환 박사팀은 전북대학교 김범석 교수팀과의 공동연구에서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PS) 미세플라스틱이 폐에 침투할 경우 천식 유사 증상과 조직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과 인간 폐 상피세포 수준에서 최초로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 노출과 흡입 독성이 인체에 실제로 미칠 영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로,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안전성 관리 강화’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실험동물 호흡기에 PS 미세플라스틱을 크기별(1000~50나노미터)로 노출시켜 각 입자가 폐 조직에 미치는 피해 정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50나노미터(nm) 크기 입자에서 폐 손상 지표와 천식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났으며, 동일 입자를 다양한 용량으로 투여한 추가 실험에서 손상 강도와 용량 간 뚜렷한 상관성을 확인했다. 인간 폐 상피세포주에서는 해당 입자의 노출이 세포 손상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구체적 기전을 밝혀냈다.

기술적으로는 IL-33 신호전달 경로와 Th2 면역반응이 미세플라스틱 노출로 인해 활성화되면서, 폐 조직 내 염증 및 천식형 증상이 촉진됨을 유전자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기존에 확인되지 않았던 미세플라스틱 독성의 면역 자극 및 조직 손상 원리를 분자생물학적으로 해명한 셈이다. 기존 플라스틱 독성 연구는 주로 섭취·접촉 경로에 치우쳐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연구는 ‘호흡기 경로에 의한 나노입자 독성’의 위험성을 처음 입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번 결과는 일상적 환경에서 흔히 사용되는 PS 소재가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 내로 들어올 경우, 직간접적 폐 질환 유발자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천식 치료 목적의 스테로이드성 약물 및 IL-33 발현 억제제를 병행 투여한 실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으로 촉진된 폐 손상이 부분적으로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향후 미세플라스틱 노출 관련 건강관리, 치료 전략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글로벌 환경 보건 시장에서는 이미 미세플라스틱 노출 감소 및 인체 축적 경로 규명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유럽 등은 미세플라스틱 기준 강화와 독성 영향 평가 연구에 정책적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이다. 반면 국내에는 아직 규제와 안전 관리 체계가 미비해, 이번 성과가 공공정책 및 산업 가이드라인 수립의 방향타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별 독성 비교, 미세플라스틱 공기 중 농도 실시간 감지, 개인별 노출평가 등 후속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규홍 박사는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흡입이 천식 등 폐 질환 위험 요인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첫 보고”라며 “향후 흡입독성 평가와 치료전략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건강 위험 평가 및 규제에 반영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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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독성과학연구소#폴리스타이렌#미세플라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