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속으로, 불가리아 시간 산책”...소피아의 숨결에 젖은 길 위→산과 바다, 인간의 무게를 묻다
아침의 빛이 도시를 채우는 소피아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낯선 발걸음이 시작됐다. 익숙함을 벗고 역사의 결을 따라 걷는 이 여행에서는 고요한 담백함과 함께, 골목마다 켜켜이 남아 있는 세월의 내음을 깊이 머금었다. 화면엔 알렉산더 네프스키 대성당의 우뚝한 자태와 성 게오르기 교회, 복잡하게 교차하는 시간의 흔적이 교감하듯 뒤섞였고, 지나온 천년을 품은 소도시 곳곳이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숨 쉬는 불가리아의 길 위에는 망각된 유럽의 또 다른 얼굴이 펼쳐졌다. 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이 교차한 장소들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흔적으로 남아 도시 전체를 감싼다. 그 한복판에서 동방 정교회의 명성을 드높인 릴라수도원이 빚어낸 고요함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미학을 단번에 증명한다. 소피아의 외곽을 벗어나 플로브디프에 이르면,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과 전차경기장이 흡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안긴다. 불가리아에서 되살아난 로마의 흔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새롭게 각인된다.

여행자는 끝내 산맥과 맞닿는다. 남부의 로도피산맥은 ‘숲의 산’이라 불리는 이름처럼 거대한 나무 사이로 깊은 정적과 생명이 깃들어 있다. 이곳 주민들의 삶에는 자연스럽게 요거트의 유산, 장수의 기록, 전통 음식과 춤, 그리고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치즈의 향이 스며든다. 말을 타고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며, 울로비차 동굴과 같은 지질의 유산을 만나는 순간마다 긴 시간과 정성이 쌓아 올린 인간과 자연의 조우가 펼쳐진다.
산 아래로 흑해의 바다가 길을 이끈다. 부르가스의 푸른 해안과 붉은빛 호수, 중세 바이킹을 연상시키는 유람선의 모습은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는다. 지역민들의 소박한 삶과 함께한 어업, 눈에 띄는 음식들은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함을 닮아 있다. 사소한 풍경에도 오랜 시간이 녹아 있어, 여행지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번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건네는 불가리아의 풍경은, 유럽의 또 다른 결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다. 도시와 산, 바다와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수놓는 이 기록은 일상에 조용한 위로와 깊은 사유를 전한다. 프로그램은 9월 13일 토요일 오전 9시 40분, KBS 1TV에서 시청자들의 여행 감성을 촉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