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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의료계·시민단체, 사회적 낙인 해소 ‘분기점’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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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가 더 이상 치명적인 이질환이 아니라 꾸준한 약물 치료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적 낙인 및 편견 극복이 의료·시민사회 안팎에서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HIV 감염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권리 보장을 골자로 한 ‘레드마침표’ 캠페인이 현장의 환자, 의료진, 법조계,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출범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캠페인을 ‘낙인지우기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레드마침표 협의체는 24일 ‘레드마침표, 당신과 함께!’ 행사를 열고, 그간 사회적 통념에 맞선 담론 형성을 본격화했다. 행사는 HIV 감염인 및 지지자 160여 명의 참여 아래, 감염인 당사자가 겪은 차별 경험을 직접 청중들과 공유하면서 HIV/AIDS에 부착된 사회적 오해, 그리고 실제 의료 기반에서의 관리 실태를 입체적으로 다뤘다.

HIV 치료는 최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의 보급 및 감염 관리 프로토콜 고도화로, 환자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미검출’(undetectable)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미검출=전파불가) 과학적 근거는 의료진뿐 아니라 법적·사회적 차별 해소의 결정적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 “24년간 의료현장에서 환자가 파트너에게 HIV를 전파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는 전문가 발언이 주목받는다.

 

특히, HIV 감염에 대한 강경 처벌을 규정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의 위헌성 논쟁,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권리 논의 등 법적·제도적 쟁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지원과 연결망 구축을 강조하고, ‘HIV 감염인 지원법’으로 법 명칭 및 틀 자체의 전환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역시 치료기술 진보와 감염인 삶의 질 향상, 낙인 해소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미국·서유럽 주요국은 이미 ‘만성질환’ 프레임 확보, 비범죄화, 사회 통합정책 확대를 추진해 왔다.

 

다만, 한국 내 실제 감염인들은 극심한 사회적 고립과 낙인, 의료·사회서비스 접근성 저하 등 복합의 난관에 놓여 있는 현실이 공유됐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해 반지하에 살았다”는 감염인 증언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HIV 발병과 관리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사회 구조·법률·윤리 인식의 전환과 정보 전달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과학, 인권, 법률이 조화를 이뤄야 낙인이 근본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실제 디지털 헬스·AI 기반 치료자 추적 관리 플랫폼 도입 등 새 모델을 준비 중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캠페인을 기점으로 HIV에 대한 과학적 사실, 환자 권리 보장, 실효성 있는 돌봄 시스템 확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IV 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반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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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마침표#hiv#낙인지워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