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샷 흔들”…배상문·강성훈, 흔들린 감각→한국오픈 하위권 그늘
잊히지 않은 순간, 샷 끝에서 전성기의 흔적을 더듬은 배상문이 조용히 페어웨이 끝을 바라봤다.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응원과 함께 그린에 올랐던 별들은 이날,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챔피언십 리더보드를 내려다봤다. 한때 PGA투어를 누비던 이들은 코오롱 한국오픈 첫날부터 골프팬의 기억과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22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듄스 코스. 국내 최고 권위 대회로 꼽히는 2024 한국오픈 1라운드는 PGA투어 출신 스타들에게 유난히 까다로운 무대였다. 팬들의 설렘과 기대는 잠깐, 배상문·강성훈 등 네 명의 PGA 경험자는 나란히 오버파 수렁에 빠졌다.

배상문은 5오버파 76타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버디 1개에 그쳤고 보기와 더블보기, 흔들린 아이언 샷이 줄을 이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14%로 14차례 파4·파5홀 중 한 번만 페어웨이에 티샷이 올라갔고, 그린 적중률마저 35% 선에 머물렀다. 2008·2009년 2연패의 영광도 최근의 혹독한 날씨와 연이은 출전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강성훈 역시 5오버파 76타. 상승세는 무뎠고, 버디 두 번의 희망은 2개의 더블보기와 3개의 보기에 가려졌다. 김민휘는 단 하나의 버디 없이 보기만 6개를 기록하며 힘겨워했고,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12오버파 83타라는 예상 밖의 스코어로, 한 홀에서 5퍼트 수모까지 겪었다.
PGA 우승과 기록, 쟁쟁한 경력에도 1라운드의 벽은 높았다. 컷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배상문은 라운드 후 “아쉬운 출발이지만 남은 라운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팬들은 SNS를 통해 “시간이 무상하다”는 탄식과 변함없는 응원의 마음을 건넸다.
한편 국내 강자들과 신예들이 하위권으로 내려온 베테랑들을 위협하며 대회 판도는 한층 뜨거워졌다. PGA 출신 4인의 반등 여부, 예선 통과 소식은 남은 경기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감정의 파동은 그린 위에 오래 머문다. 기대와 현실, 지난 영광과 오늘의 고전이 교차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코오롱 한국오픈은 23일 같은 코스에서 2라운드를 이어간다. TV 중계를 통해 팬들은 이들의 회복과 새로운 도전, 낯선 이변에 다시 한번 귀 기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