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노을이 흐르는 하루”…광주서창억새축제, 도심 일상에 자연의 숨결
요즘은 도심에서 자연을 만나는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계절 축제가 멀리 있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기는 여정이 됐다.
매년 가을, 광주광역시 서구를 가로지르는 서창둑길과 영산강변 일대는 억새와 노을로 물든다. ‘광주서창억새축제’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도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은빛 억새가 전하는 가을로의 여행’을 테마로, 걷기 축제, 억새 멍때리기대회, 감성 자전거 여행, 사진 공모전 등 각양각색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이 축제를 찾은 시민들은 “겨울이 오기 전 꼭 억새 풍경을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며 사진 촬영을 멈추지 않는다. SNS에는 ‘서창억새축제 인증’ 게시물이 속속 올라온다. 감성 피크닉존에서 가족과 나란히 도시락을 펼치고, 전국 사진공모전에 도전하는 청년의 모습, 시니어 패션쇼와 버스킹 월드컵에서 어깨춤을 추는 노년층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가을의 한가운데를 누빈다.
이런 변화는 지역 문화 환경의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자연 속 축제’의 참가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광주서구는 도심 속 힐링명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서구문화원이 주도하는 백일장, 서창들녘 노을을 품은 아날로그 챌린지, 어린이목수축제, 플리마켓 등은 모두 세대를 잇는 장치로 기능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시 축제를 ‘관계의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한국관광학회 최정은 박사는 “자연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와 현장 경험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세대, 감성의 연결이다”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축제장 곳곳에선 “평소 대화할 기회가 적었던 엄마와의 억새길 산책이 정말 특별했다”는 체험담도 자주 들린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광주에도 이렇게 큰 자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올해는 꼭 자전거 타고 노을 지는 억새길을 달려보고 싶다” 등,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도심 자연의 매력을 탐닉한다.
광주서창억새축제의 의미는 단순한 가을 레저를 넘어선다. 자연과 예술, 참여가 엮이는 그 곳엔 무언가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자연스레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일상에 잠깐 머무르는 은빛 억새와 노을의 추억은, 다시 돌아갈 도시생활에도 오래도록 온기를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