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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 벗고 알고리즘 잡는다"…의사 출신, 의료AI 개발 주역으로 부상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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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심이던 의료 인공지능(AI) 산업에 의료계 전문 인력이 개발 주역으로 합류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실질 임상 경험을 가진 의사 출신들이 의료AI 기업으로 대거 이동해, 단순 자문이 아닌 기술 개발과 상용화까지 적극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의료AI 시장의 품질 제고와 실효성 확보 경쟁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 주요 의료AI 기업에는 의사 면허를 보유한 의료 전문가들이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 루닛의 안창호 의료부문 본부장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상조교수로 근무하다 2023년 이직해, 데이터 정확성 및 AI 모델 성능 고도화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장령우 임상연구 리드는 영남의대를 졸업, 울산의대 의공학 및 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임상 시험 설계와 알고리즘 신뢰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장 리드는 “한 번에 수백,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리고 싶었다”며 의사를 넘어 의사과학자의 길을 택한 배경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진료와 기업 경영을 병행하던 의사들이 의료AI 개발에 전념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김택균 탈로스 대표는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 기업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신동훈 휴런 대표 역시 병원 근무를 마치고 창업한 AI 기업을 이끌고 있다. 신 대표는 “병원 안보다 독립적 기업 환경이 혁신에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질적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의사 출신 의료AI 개발자들의 공통점은 임상 데이터의 한계와 특수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는 점이다. 실제 안창호 본부장은 대한당뇨병학회 기고문에서 “개발 중인 AI 모델의 성능 저하는 의료 데이터 고유 특성에서 비롯된다”며, “단순히 자문 수준이 아니라 데이터 수정과 트레이닝 방식 개선까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의사과학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의 개발자들은 실제 환자 진료 현장의 필요, 데이터 검증 방법, 알고리즘의 실질적 활용성 등에 직접 관여해 더 정교한 AI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와 의료 현실을 모두 아는 인력이 많을수록 기술 완성도와 상용화 속도가 크게 높아진다”고 언급했다.

 

의료AI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임상 경험을 갖춘 인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는 이번 인재 흐름이 의료AI 품질 경쟁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의료 현장의 협력이 실제 환자 진료와 산업 생태계 혁신의 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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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출신의료ai#루닛#코어라인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