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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채 경고음 속출”…레이 달리오, 채권시장 흔들림 예고→경제 불확실성 확대
국제

“미국 부채 경고음 속출”…레이 달리오, 채권시장 흔들림 예고→경제 불확실성 확대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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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회색빛 스카이라인 아래, 금융가의 숨결은 자주 숨죽이며 저무는 저녁 하늘을 바라본다. 세계 곳곳의 자본이 보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묶여드는 월스트리트의 중심에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36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천문학적 국가 부채,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재정 적자의 그림자. 그의 경고는 단호하고, 그 울림은 냉철하다. “채권시장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의 절제된 말 한 마디가 긴장된 금융시장의 공기를 더욱 팽팽하게 만든 밤이었다.

 

달리오의 진단은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뼈아프게 들여다본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재정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의 6.4%에 이르렀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35년에는 9%까지 치솟으리라 전망한다. 2013년을 기점으로 100%를 돌파한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최근 123%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기울고 있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무엇보다 내년 회계연도 이자 지급 비용이 전체 연방지출의 16%를 차지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레이 달리오 “미국 재정 적자 심각…채권시장 불안 경계”
레이 달리오 “미국 재정 적자 심각…채권시장 불안 경계”

이 같은 흐름에서 레이 달리오는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줄이는 ‘대담한 전환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정치권 역시 녹록지 않다.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공약을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통과시키며, 미국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적자가 3조8천억 달러 증가하리라 내다봤다. 달리오는 미국이 마주한 근본적 도전이 초당적 협력의 부재가 아니라, 만성적인 재정 적자 자체에 있다고 일갈했다. “나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할 때입니다.” 그의 언급엔 서늘한 현실 인식이 깃들어 있었다.

 

이번 경고는 한 나라의 재정 위기에서 시작해, 전 세계 금융 흐름에 숙명처럼 번질 수 있는 불안의 서사다. 미국 국채의 신뢰는 아직 굳건하지만, 흔들림의 진원지가 크면 클수록, 국제채권시장과 연쇄적으로 연결된 각국의 경제 역시 이 격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사회는 엇갈린 표정으로 미국의 진로를 주시한다. 한국 경제 역시 환율, 금리, 자본 흐름 변동 같은 외부 충격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미 재정 위기 경계령이 내려진 오늘, 월가의 불빛은 여전히 찬란한 듯 보이나, 그 빛 아래 어둠은 더 깊게 가라앉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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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달리오#미국재정적자#채권시장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