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장독대 앞 세 모녀”...김순애·김영애, 장맛 속 진한 가족애→끝없는 삶의 여운
이른 아침 장독대에 서린 안개처럼 김순애와 김영애, 모녀 세 사람의 하루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분주하게 오가는 손길과 조용히 스며드는 미소는 임실 시골집을 삶의 온기로 채웠다. 평범한 듯 남다른 이들의 날들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사랑이 오롯이 드러났다.
고된 날들을 지나온 김영애는 어머니가 지켜온 장맛에 기대어 새로운 시작을 마주했다. 남편을 잃고 방황하던 끝에 망설임 없이 시골로 내려온 그는, 어머니 광자와의 동행을 택했다. 이미 된장, 고추장, 청국장을 전통 방식으로 담가온 어머니 곁에는 쉽게 설 수 없었으나, 언니 김순애 역시 곁에 나서며 두 자매의 일상이 다시 얽혔다. 60이 넘어 처음으로 함께한 모녀의 시간들은 장독 사이사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백여 개의 장독 속에서 세월을 닮은 두 딸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서울에서는 이웃으로 살아온 김순애와 김영애는 이제 어머니와 한집에 모여 매일 아침 다시 태어나는 장맛과 함께 일상의 소중함을 나눈다. 무역업에 종사하던 남편과 살다가 홀로 남겨진 시간 앞에 선 김영애의 내면에는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한 질문이 가득했다. 결국 그는, 어머니의 향긋한 된장을 좇으며 가족의 품안에서 자신만의 소명을 찾았다.
광자 어머니가 전하듯 이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겹고 고달팠다. 그러나 세월의 적막 속에서 두 딸은 청국장 띄우기에, 장 가르기에, 고추장 만들기에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어느덧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용기와 힘을 얻는 일상이 뿌리내렸다. 노쇠해져 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두 딸의 마음에는 걱정과 애틋함이 뒤섞였으나, 그 진한 사랑으로 서로를 단단히 지켜냈다. 고추장 향 가득한 부엌에선 가족이 함께 모여 소박하지만 소중한 식사를 나누고, 봄볕 아래 모종을 심으며 희망을 덧입혔다.
특별한 날, 타지에 있던 동생들까지 모두 모인 풍경 속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김순애와 김영애, 그리고 어머니는 오늘도 장독대를 돌보며 오래도록 곁에서 함께하기를 소망했다. 집안 가득 품은 된장 향처럼, 긴 세월의 굴곡도 사랑과 우애 속에 퍼졌다.
‘인간극장’은 말없이 견딘 날들, 고된 일상을 버팀목 삼은 가족의 힘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김순애, 김영애, 어머니 광자의 지난한 삶과 웃음, 그리고 절실한 바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세 모녀의 풍경이 잔잔한 울림과 깊은 여운으로 다가오는 ‘인간극장-장독대 앞 세 모녀’는 5월 23일 오전 7시 50분, 시골집에서 피어난 진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