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22개 노보기 행진”…고지원, 생애 첫 KLPGA 우승→자매 동반 기록 썼다
제주도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펼쳐진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의 마지막 날, 갤러리의 박수 소리가 아침부터 해질 녘까지 코스 위를 맴돌았다. 고지원은 상기된 미소 뒤에도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버디 퍼트가 잇따라 홀컵을 적시자, 팬들은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는 순간의 설렘에 마음을 보탰다.
고지원은 이날 대회에서 버디 22개에 보기 단 한 개만을 기록하며, 노보기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투어 조건부 시드 신분을 벗고 정규 시드까지 확보하게 됐다. 고지원은 시즌 18개 대회 중 10번만 참가하는 제한적 기회 속에서도, 2부 드림투어를 병행하며 경기 감각을 키워왔다. 덕분에 하반기에는 드림투어 대신 KLPGA 투어 무대에서 활약이 가능해졌다.

올해 고지원은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성적에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 퀄리파잉스쿨 예선 출전, 겨울 훈련으로 비거리 상승, 그리고 퍼팅 집중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자신을 단련했다. 특히 이번 우승에 대해 고지원은 "마음가짐과 퍼팅이 달라졌다"고 밝히며, 심리적 성장이 경기력 변화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고지원은 시드전 실패의 부담을 안고 투어에 임해야 했으나, 이번 무결점 우승으로 시드전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 이번 대회에서 버디를 적극적으로 노리면서도 보기 실수를 철저히 줄인 전략이 주효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지원은 “전 대회에서는 버디와 보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보기 최소화를 목표로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고지원과 언니 고지우는 올 시즌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투어 사상 두 번째로 자매 동반 시즌 우승의 기록을 남겼다. 고지원은 “언니와 경쟁한다기보다 내 부족함을 메우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며, 책을 통해 얻은 회복 탄력성과 태도의 전환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고지원은 제주에서 자라며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을 꿈꿨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번 우승의 의미를 더했다. 앞으로 남은 시즌은 KLPGA 투어에 전념, 결과보다는 본인만족형 플레이에 중점을 두겠다는 각오다.
팬들의 성원과 낯익은 제주 바람이 함께한 우승의 순간은, 성장의 땀과 치유의 미소로 남았다. 고지원의 도전은 이제 한 단계 더 높은 KLPGA 무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