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4.47 버텼다”…코스피, 개인 1.3조 매수 속 지정학 리스크 확대
제한 없는 변동성, 보이지 않는 바람 속에서 2025년 6월의 코스피는 또 한 번 기로에 서게 됐다. 미국의 이란 공격 소식이 퍼진 23일, 증시는 지수 한가운데에서 흔들렸다. 장 초반 2,992.20에서 출발한 지수는 한때 2,970대까지 물러섰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거친 파도를 거슬러 1조3천773억 원을 대거 매수하며, 삼천의 선 위에 시장을 머물게 했다. 종가 3,014.47, 하루 새 7.37포인트(0.24%) 내림에 그친 배경에는 이처럼 예측 불가한 흐름이 숨겨져 있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각각 3천653억 원, 9천506억 원을 내던지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제유가, 선박 운임비 상승 우려를 반영했다.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외국인은 7천404억 원 규모 매도세로 치달았다. 시장은 불안정한 대외 환경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기류를 경계하며, 기업별-업종별로 극명히 엇갈리는 활약을 펼쳤다.

해운, 정유 업종은 다른 시간대의 역류처럼 거침없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국ANKOR유전은 23.76%, 한국석유 16.87%, 흥아해운 15.48%, STX그린로지스 12.27%, HMM 2.39%까지 잇달아 올랐다. 달아오르는 국제 유가에 정유와 해운이 뜨거운 존재감을 남겼다. 반면, 삼성전자 2.52%, LG에너지솔루션 –3.61%, 삼성SDI –3.97% 등 이차전지와 정보기술 대장주들은 무거운 낙폭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SK하이닉스는 약세로 출발했으나 소폭 반등(0.97%)으로 돌아섰다. 자동차주에서 현대차 –4.05%, 기아 –2.84% 역시 약세가 깊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인터넷주는 NAVER 7.61%, 카카오 1.50% 상승에 힘입어 또 다른 온기를 불어넣었다.
업종별 흐름을 들여다보면 기계·장비(7.95%), 증권(4.88%), IT서비스(4.08%)가 오름세를, 전기·가스(-2.24%), 종이·목재(-2.20%), 의료·정밀(-2.18%)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날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은 17조7천558억 원에 달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12조2천250억 원을 넘겼다.
코스닥 역시 이날 6.74포인트(0.85%) 내린 784.79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8억 원, 770억 원 규모 매도에 나섰고, 개인은 1천196억 원의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기대감이 번진 넥써쓰는 상한가(29.94%)를 기록했고, 카카오페이는 3년여 만에 공모가를 웃돌며 9만2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시총 상위권 알테오젠 –2.56%, 에코프로비엠 –2.75%, HLB –4.11%, 에코프로 –3.16% 등은 줄줄이 약세를 연출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5.34%, 파마리서치 7.22%, 코오롱티슈진 1.33% 등은 상승을 기록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7조4천847억 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지정학적 불안 심리와 함께 18.7원이나 올라 1,384.3원에서 장을 마감했다. 환율 급등은 원화 약세 신호로 이어지며,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날카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강하게 반응하긴 했지만, 실질적 보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며 “지정학적 불안 심리가 추가 확산 없이 일단락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는 미국-이란 긴장, 환율 변동,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국 정책 변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치 앞도 확신할 수 없는 지정학의 역풍 속에서, 투자자와 기업, 가계는 오늘도 신중히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다음주 미국의 경제 지표와 대외정세 변화, 반도체 규제 관련 동향이 또 한 번 금융시장을 시험할 전망이다. 시장은 다시 한 번, 차분히 새로운 바람의 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