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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계곡과 해변으로”…찜통주말마다 바뀌는 피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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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계곡과 해변으로”…찜통주말마다 바뀌는 피서 풍경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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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이면 계곡과 해변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무더위를 피하는 ‘특별한 날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일상이자 생활리듬처럼 반복되는 여름 풍경이다.

 

올해 8월 첫 주말, 전국 각지는 37도를 넘나드는 폭염 예보에 바짝 달아올랐다. 서울은 체감 온도가 36도를 웃돌며, 남부와 동해안 지역도 33~36도의 높은 기온이 이어진다. 그만큼 계곡, 해변, 실내 전시관 등 ‘시원한 곳’을 중심으로 피서 인파가 몰린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속초해수욕장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속초해수욕장

강원 평창의 흥정계곡, 충북 괴산 쌍곡계곡, 경기 양평 용문계곡 등은 깊고 청량한 계류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연 그대로의 시원함’을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사랑받는다. SNS에선 모처럼 나선 계곡 피서 인증샷이 인기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둔 직장인 최모 씨(38)는 “더위에 아이들이 지치기 쉬워 매주 계곡 나들이가 가족행사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바닷가도 예외는 아니다. 속초해수욕장, 양양 서피비치, 부산 광안리, 제주 협재해변은 일찌감치 피서객이 몰려 활기를 띤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해풍에 식은 이마를 식히는 ‘전통적인 여름휴가’가 다시금 일부러 찾는 계절의 의식이 됐다. “아무래도 바다에 오면 일상의 답답함이 씻기는 기분”이라는 20대 여행객의 고백처럼, 단순한 풍경이 아닌 마음의 리셋을 원하는 이들도 많다.

 

반면, 쾌적한 실내를 찾는 가족이나 연인들에겐 전시관 여행이 대세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등은 시원한 공간에서 문화 체험과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여름 나들이 코스로 떠오른다. 실제 박물관 예약은 평일보다 주말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피서지 쏠림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계곡·해변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 산업별 휴가지 트렌드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 이전엔 해외여행 선호가 컸지만, 최근에는 자연 또는 실내 문화공간을 통한 휴식이 중심이 된 셈이다.

 

한 생활심리 전문가는 “짧고 강한 폭염 속 나들이는 단순한 피로회복을 넘어 ‘에너지 재충전의 장’으로 기능한다”며, “특히 가족·친구와의 작은 휴식이 삶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여름이면 무조건 계곡부터 검색한다”, “전시는 더위를 피하면서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등, 각자의 ‘피서 공식’을 공유하는 목소리가 넘친다. ‘공기질’ 정보에 따라 느긋이 일정을 짜는 문화도 일상이 됐다.

 

작고 소박한 피서지만, 그 안에는 일상을 다시 살아낼 힘과 계절의 기쁨이 숨어 있다. 여름은 찜통 같지만, 우리 각자가 선택한 작은 쉼의 방식이 삶의 균형을 다시 찾아주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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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수욕장#흥정계곡#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