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안면신경마비 72시간 치료창…한방치료 주목
급격한 기온 하강이 이어지는 겨울철에는 면역력과 전신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 질환은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으로 쏠리는 얼굴 비대칭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발병 후 72시간을 안면신경 손상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치료창으로 보고 있으며, 이 시기 안에 적절한 치료에 들어가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두나 대상포진 바이러스 재활성화 등 바이러스 요인과 급격한 체온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겨울철에는 초기 징후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안면신경에 염증과 부종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 아형으로는 특별한 외상 요인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벨마비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나오는 람세이헌트증후군이 알려져 있다. 두 질환 모두 안면신경이 지나는 좁은 공간에서 염증과 부종이 빠르게 진행되면 신경 압박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얼굴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임상 현장에서 가장 먼저 주목하는 신호는 얼굴 비대칭이다.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거나, 눈동자 노출 범위가 반대쪽과 다르게 보이는 경우, 웃거나 말할 때 입꼬리가 한쪽으로만 올라가는 패턴이 대표적이다. 귀 뒤 유양돌기 부위의 통증, 혀 앞부분에서 느끼는 맛이 평소보다 둔해지는 미각 저하도 전조 증상으로 보고된다. 이런 기능 변화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과 같은 중추성 질환을 감별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의료기관 방문이 필수로 여겨진다.
발병 이후 치료 개입 시점은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말초신경이 부종으로 압박받는 시간만큼 축삭 손상과 탈수초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강중원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교수는 치료 시점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그는 치료가 늦어질수록 신경 손상이 심해지고 후유증 위험도 함께 커진다고 말하며, 눈떨림이나 얼굴 비대칭, 미각 둔화, 얼굴 감각 이상과 같은 초기 징후가 나타난다면 가능한 빠르게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계에서는 대개 발병 후 72시간 이내 신경 염증을 제어하면 2개월에서 3개월 사이에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침, 약침, 한약, 추나, 매선 등 다양한 한방치료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치료의 1차 목표는 초기 단계에서 신경 부종과 염증 반응을 억제해 추가 손상을 막고, 이후 안면근육 기능을 정상 범위에 가깝게 되돌리는 것이다. 대표 치료인 침 치료는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의 혈류를 개선하고 국소 염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여기에 안면침과 매선 치료를 병행해 남아 있는 얼굴 비대칭이나 근육 경직을 단계적으로 교정하는 접근이 사용된다.
말초신경 손상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환자의 경우에는 후유증 관리가 치료의 핵심 목표가 된다. 이수지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교수는 안면 신경 손상 정도가 심할수록 불완전한 근력 회복, 근육 구축, 연합운동 같은 후유증이 남을 위험이 커지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안면마비 후 연합운동은 눈을 감을 때 입 주변이 같이 움직이거나, 웃을 때 눈이 과도하게 찡그려지는 등 의도하지 않은 근육이 동시에 수축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목과 어깨 근육 긴장으로 안면신경 주행 부위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지면 회복 과정이 지연될 수 있어, 추나치료를 병행해 주변 근육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식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치료 접근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축은 보험 제도와의 연계다. 안면신경마비는 건강보험 한약 대상 질환으로 분류돼 환자가 연간 최대 20일 동안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한약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진료에서는 환자의 체질과 전신 상태, 마비 정도를 반영해 신경 염증을 줄이고 신경 재생과 근육 기능 회복을 돕는 맞춤 한약 처방이 활용된다. 말초신경 재생은 수 주에서 수개월까지 장기간이 걸릴 수 있어, 보험 적용 범위 안에서 지속적인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료진은 보고 있다.
발병 원인과 재발 가능성 측면에서는 바이러스 재활성화와 면역 체계의 균형이 핵심 변수로 언급된다. 말초성 안면마비의 상당수는 과거 감염됐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면역 저하 시기 다시 활성화되면서 안면신경을 침범하는 기전과 연관된다. 여기에 급격한 온도 변화, 과로, 스트레스 등이 겹치면 말초신경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수지 교수는 말초성 안면마비가 바이러스 재활성화나 급격한 체온 변화, 면역 저하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특히 겨울철에는 면역력 관리와 찬 공기에의 급작스러운 노출을 피하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추운 날씨에 눈이나 입 움직임에서 미세한 비대칭이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면 스스로 괜찮다고 넘기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외에서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 바이러스 유형, 면역 상태, 생활습관 요인과 예후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유전체 분석과 바이러스 진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어떤 환자군에서 재발률이 높은지,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 한방 복합치료 조합에 따라 회복 속도와 후유증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근거 기반 데이터 구축이 주요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면신경의 세포 수준 손상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영상 및 생체표지자 연구도 병행돼, 앞으로는 개별 환자의 발병 기전과 위험 요인에 맞춘 정밀 치료 전략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겨울철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단기간 불편함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치료 시점을 놓치면 장기적인 안면 비대칭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계절성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계는 향후 공공의료 차원에서 초기 증상 인지 교육과 조기 진료 체계를 강화한다면 후유증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산업계와 의료기관은 진단과 치료, 재활 전 과정을 포괄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 플랫폼 구축 가능성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결국 계절성 위험 요인을 고려한 생활 관리와 신속한 의료 접근성, 그리고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이 겨울철 안면신경마비 관리 수준을 가를 핵심 요소로 거론된다. 산업계는 이번 겨울철 증가세가 관련 진단기기와 치료기술 고도화의 촉매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