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1조4천억 개인 매수 방파제”…삼성전자 밀린 코스피, 중동 리스크에 흔들려도 3천선 지켜
경제

“1조4천억 개인 매수 방파제”…삼성전자 밀린 코스피, 중동 리스크에 흔들려도 3천선 지켜

정하준 기자
입력

6월 23일, 코스피 시장은 어둡고 불안한 국제 기류에 흔들렸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소식이 불거진 새벽, 시장은 긴장과 불확실성에 짓눌려 시작했다. 장초반, 대표지수는 2,970선을 터치하며 공포가 시장 공기를 지배하는 듯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독립적이며 대담한 손길로 1조 3천억원대 순매수를 단행해, 가까스로 지수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 코스피 지수는 3,014.47포인트로 마감하며 3,000선의 저항을 지켜냈다.

 

이날 거래의 향방을 가른 건 투자자별 자금 흐름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계속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653억원, 9,506억원에 이르는 순매도를 퍼부었고, 코스닥을 포괄해 보면 외국인은 3,718억원, 기관은 1조 283억원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개인이 두 시장에서 1조 4,988억원을 가뿐히 사들이며, 시장 균형의 마지막 저울을 붙들었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 그리고 신한지주 등 중후장대 성격의 종목에 손을 내밀며 방어전선을 택했다. 반대로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기술주에서는 공격적인 매도를 단행해 위험 회피 심리가 역력했다. 기관 역시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미래에셋증권 쪽으로 소폭 리밸런싱했으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핵심주의 집중 매도를 주도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우려가 투자심리 저하를 이끌었다는 해석도 함께 흘렀다.

 

시장의 전체적 흐름을 결정한 건 단연 ‘중동 리스크’의 그림자였다. 이란의 강경 대응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평온한 분석도 있었지만, 투자자는 위험회피 본능에 충실한 매매를 반복했다. 업종별로 숨막히는 분위기가 엇갈렸다. 국제유가, 운임 급등 우려에 정유주와 해운주는 랠리를 펼쳤다. 한국ANKOR유전은 23.76% 급등했고, 한국석유와 흥아해운도 10%를 넘는 강세로 시선을 끌었다. STX그린로지스와 HMM 등 물류주 역시 매수 대안으로 부상했다.

 

반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반도체와 2차전지,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결 속에 하락을 면치 못했다. 금리와 환율에 예민한 이들이기에, 18.7원이나 급등한 원달러 환율 1,384.3원은 투자심리를 더욱 짙게 흔들었다.  

 

인터넷 플랫폼주만은 달랐다. NAVER가 7.61%, 카카오는 1.50%의 반등을 이어갔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대감에 15.58% 폭등, 종가 기준 약 3년 만에 공모가를 돌파하며 9만2천원에 안착했다. 시장 전체의 숨결이 거칠던 날에도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종목을 견인했다.  

 

코스닥 역시 불안정한 파도에 흔들렸다. 지수는 장중 1.5% 가까이 밀렸다가 784.79포인트로 낙폭을 줄여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이에 맞춘 개인의 1,196억원 순매수 방어가 이어졌다. 시총 상위 성장주는 하락이 두드러졌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 파마리서치, 코오롱티슈진 등 일부는 강한 저항력을 보여주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 증권, IT서비스가 두각을 나타낸 반면, 전기·갓, 종이·목재, 의료·정밀 등은 흐름이 지지부진했다. 하루 동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은 17조 7,558억원, 코스닥은 7조 4,847억원의 거래대금이 쏟아졌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12조 2,250억원이 거래되며, 여전히 불확실성 회피 심리가 시장의 건너편에 서 있음을 시사했다.

 

긴장과 회피, 그리고 기술과 혁신이 교차한 이 하루의 표정은 투자자와 기업, 가계 모든 주체의 현실의 파고를 비췄다. 당분간 중동 정세와 환율 흐름은 시장에 그림자처럼 드리울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위험 관리의 날을 세우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도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다음 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와 대외 변수 변화가 또 한 번 시장의 서정을 그려낼 것이다.

정하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삼성전자#코스피#두산에너빌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