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79세 생일, 미 전역 ‘노 킹스’ 함성”…이스라엘-이란 여파에 내부 균열→정치 지형 어디로
햇살이 내리쬐는 로스앤젤레스의 거리 한복판에서, 수천 장의 손팻말과 분주한 구호가 파도처럼 출렁인 날이었다. 6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 미국 전역 2천여 곳에서 ‘노 킹스’ 시위가 산처럼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서 거리로 나왔다. 애틀랜타에서는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한 이들 위로, 경찰의 최루탄이 공기를 쪼개듯 흩 날렸다. 메마른 구호 속에선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떠나라”는 외침이 씻김굿처럼 도시를 휘감았다.
시위는 캘리포니아와 시카고, 뉴욕 등 대도시와 스프링필드·포틀랜드처럼 작은 지역까지 퍼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군대 파병, 연방지출 삭감, 그리고 워싱턴DC 군사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워싱턴DC 당국마저 충돌을 우려해 시위 일정을 접었지만, 백악관 인근에는 여전히 ‘트럼프는 떠나라’라는 글귀가 바람에 흔들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 중심에 있었다. 육군 6천600명, 에이브럼스 탱크와 셔먼 탱크, 블랙호크 헬기,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전투기까지, 강철과 엔진 소음이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듯 행진했다. 이날을 위한 예산 규모는 최대 4천500만달러, 그 거대한 퍼포먼스마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긴장된 장면들은,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에서 타오른 불씨와도 닿아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기습 공격한 직후, 미국 내에서도 뜨거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과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신고립주의’ 사이, 돌이킬 수 없는 균형추가 흔들리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은 “이란이 외교를 거절한다면,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며 굳건한 동맹론을 펼쳤다. 그러나 폭스뉴스 출신 보수논객 터커 칼슨은 “전쟁을 선동하는 세력과 평화를 원한 이들 사이의 분열”이라며 날 선 경고를 던졌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뚜렷한 선택을 유예하는 모양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중동 지역 미군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성공”을 치켜세우며 “분명한 지원”을 언급했다. 대공 방어 지원 등 이미 미국의 부분 개입이 진행 중이지만, 전면전 확대 요구가 닥칠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극심한 난관과 마주할 가능성이 짙다.
그는 한때 예루살렘 미 대사관 이전 등 이스라엘 지지의 선명한 기호를 남겼으나, 동시에 해외 군사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약속도 거둬들이지 않았다. 이 양가적 태도는 현재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그리고 이란-이스라엘 전선까지 모두 연루된 미국의 입장에 겹겹이 드리워지며, 트럼프 진영의 내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날 밤, 미국기업연구소 마이클 루빈 연구원은 “트럼프는 구경꾼처럼 경기장 외곽에서 소리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이스라엘 군수 지원 논의가 다시 미국 정치 전면에 떠오를 것”이라 진단했다.
결국 미국에서의 반트럼프 시위, 이스라엘-이란의 폭력적 충돌,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국 내 보수진영의 균열은 거대한 패러독스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새 시대를 열고자 하지만, 국제 무대와 자국 정치라는 거센 두 물결 위에서 여전히 미로 같은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있다. 지금 미국의 정치와 외교는, 누구의 ‘왕관’도 허락하지 않는 불확실성의 봄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