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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훈련병 죽음, 신뢰 짓밟힌 병영 시스템”→재판부, 지휘관 형량 가중
정치

“육군 12사단 훈련병 죽음, 신뢰 짓밟힌 병영 시스템”→재판부, 지휘관 형량 가중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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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그림자가 깃든 12사단 신병교육대의 훈련장 한가운데, 젊은 육신이 꺾인 채 조용히 흐르던 시간은 이윽고 재판정의 단호한 언어로 꺾였다. 재판부가 규정에 어긋난 군기 훈련으로 훈련병의 생명을 빼앗은 군 지휘관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을 안기며, 병영문화를 둘러싼 오랜 상처를 다시 꺼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강모 대위에게 징역 5년의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비극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 남모 중위는 여전히 징역 3년이 유지됐다.

 

이번 판결은 1심이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했던 범죄의 성격을 ‘실체적 경합’으로 돌려세운 결과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별 가혹행위 및 학대의 양상이 각각 달랐다고 짚으며, 하나의 행위가 아닌 각기 분리된 국가적 배신의 순간으로 규정했다. 군형법상 가혹행위와 형법상 학대, 그리고 실질적 사망의 인과관계에 대한 피고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병사의 생명과 신체를 그들은 외면했다고 단언했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죽음, 신뢰 짓밟힌 병영 시스템
육군 12사단 훈련병 죽음, 신뢰 짓밟힌 병영 시스템

세찬 바람처럼 냉정하고 단호하게 재판부는 선언했다. “병사들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특수한 조직에서도 국가가 청춘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존엄과 권리는 결코 훼손될 수 없다”고 했다. 상명하복과 기본권의 절묘한 경계 위에서, 그들은 엄격한 규정 준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원 인제의 신병교육대에서 지난해 5월 펼쳐진 그 하루,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비규정 훈련이 이뤄짐으로써, 고 박모 훈련병이 끝내 숨을 거둔 이 사건은 단순한 군내 사고를 넘어서 사회적 신뢰의 이탈이라는 거대한 파동을 남겼다. 검찰은 위법한 군기 훈련의 직접적 해악에 근거해 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판결이 끝난 뒤, 고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차디찬 기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썩고 병든 군 지휘체계 속에서 얻은 아들의 죽음이, 언젠가 군대의 법과 질서가 올바로 서고 청년들이 안전을 찾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의 엄중한 경고와 유족의 깊은 호소는 우리 사회에 질긴 질문을 던졌다. 병사의 생명과 기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각오, 그리고 병영 깊숙이 뿌리내린 관습의 쇄신이 어떻게 실현될지, 사회적 관심 속에 군 당국의 후속 조치가 지켜보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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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2사단#강대위#병영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