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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 순백의 자작나무”…인제의 깊은 가을이 만든 고요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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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 순백의 자작나무”…인제의 깊은 가을이 만든 고요함 속으로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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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찾아온 인제에는 요즘 숲길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꼭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산골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단지 고요함과 평화, 그리고 청명한 계절의 공기를 만끽하려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가 담겨 있다.

 

인제군의 유명 명소인 속삭이는자작나무숲. 따스한 가을 햇살이 희고 고운 나무기둥을 따라 쏟아지고, 잎새마다 불어오는 바람이 은은한 속삭임이 돼 숲길을 감싼다. SNS에서는 이곳에서 촬영한 사진이 연일 올라오고, "숲에서 보내는 한 시간이 생각보다 깊은 위로를 준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제

숲을 걸으며 마시는 맑은 공기, 뻗어오른 자작나무의 기운은 많은 이들에게 정화와 치유의 경험을 선물한다. 걷다 보면 도시에서 잊었던 자신의 속도를 되찾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한편, 내설악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백담사는 설악산과 계곡물, 고승의 흔적이 어우러진 곳.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렀던 사연 깊은 역사가 더해져, 산사에서 맞는 고요한 가을은 내면까지 고요하게 만든다고들 표현한다.

 

이런 풍경 속에서 인제를 찾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실제로 지역 박물관과 사찰을 둘러보는 여행객도 꾸준히 이어지고,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같은 공간은 잊힌 산골 마을의 삶을 재현해 주고 있다. "박물관 한 구석에 앉아 오래된 나무 생활도구를 바라보다 보면, 과거와 오늘이 한 자리에 머무는 느낌"이라는 방문객의 소감처럼, 과거와 현재, 전통과 새로움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가을 인제의 매력은 풍경 자체를 새삼스럽게 즐기려는 마음, 그리고 자연의 일부가 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최근 여행자들의 감수성과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인제만의 산공기와 숲 풍경이 집에서 벗어난, ‘나만의 쉼’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댓글 반응도 눈에 띈다. “나도 올 가을엔 꼭 자작나무숲을 걸어보고 싶다”, “도심보다 인제에서 보내는 주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등 익숙한 일상의 틈으로 들어온 자연의 시간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렇게 인제의 고즈넉한 숲길과 천년 사찰, 산촌의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 한쪽이 느리게 숨을 고르고 있다는 걸 무심코 깨닫게 된다. 자연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내 삶의 리듬을 바꾸는 새로운 기호가 되고 있다. 작고 소소한 산책이지만, 이곳에서의 하루는 분명 곁에 두고 오래 곱씹고 싶은 기억이 된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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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속삭이는자작나무숲#백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