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복·여복 쌍둥이 4강 설렘”…신유빈, 세계선수권 메달→한국탁구 새 역사
긴박한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신유빈의 얼굴에서는 무게감과 노련미가 동시에 읽혔다. 2025년 세계선수권 개인전, 카타르 도하의 뜨거운 코트 위에서 신유빈은 빡빡한 일정에도 굳건하게 코트를 누비며 새로운 한국 여자탁구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연일 이어진 집중과 인내의 시간, 결국 신유빈은 혼합복식과 여자복식 두 종목에서 4강행을 확정지으며 동메달 두 개를 품에 안았다.
초반부터 신유빈의 에너지는 경기장 전체를 밝게 물들였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손을 맞잡은 신유빈은 대만의 린윤주-정이징 조를 상대로 물러섬 없이 맞섰다. 풀세트 접전 끝에 3-2 역전승, 벤치에선 환희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어진 여자복식 8강에선 새 파트너 유한나와 단단한 호흡을 보여줬다. 일본 세계랭킹 1위 오도 사쓰키-요코이 사쿠라 조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며 세계 최정상 무대 위에서 한국탁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세계선수권 규정상 준결승에 오를 경우 3위가 확정돼, 신유빈은 두 종목 모두 동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무엇보다 복식 파트너의 변화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신유빈의 강인함이 빛났다. 임종훈, 유한나와 새롭게 맞춘 조합으로도 연속 메달을 만들어냈고, 팬들에게 두 번째 승리의 기쁨을 안겼다.
경기 직후 신유빈은 임종훈이 건넨 “공격적으로, 자신 있게 하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감독진과 선수단 모두 신유빈의 집념과 성장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소셜미디어에는 “신유빈이 한국탁구의 자존심”이라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
반면 여자단식에서는 세계랭킹 1위 쑨잉사의 벽을 넘지 못하며 16강에서 2-4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2023년 완패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두 게임을 따내는 등 성장한 모습으로 가능성을 또렷하게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다가오는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신유빈은 중국 왕추친-쑨잉사 조와 결승행을 두고 격돌한다. 변화와 도전의 연속이었던 공식 무대에서 신유빈은 고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차세대 에이스로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했다. 마치 깊은 긴장 끝에 찾아오는 새벽의 고요처럼, 관중의 숨죽인 기대와 함께 경기장은 새로운 여운으로 가득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기록의 순간은 때로 묵묵함을 닮아 있다. 신유빈이 빚어낸 이 서사는 한국탁구 팬 모두의 바람을 담아내고 있다. 신유빈의 경기와 모든 장면은 5월 23일 도하 현지에서 펼쳐졌으며, 그녀가 남길 마지막 장은 곧 다가올 4강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