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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완화의료 필요성 74%”…진행암 진료 패러다임 변화 예고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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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의 조기 통합이 진행암 치료 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암 치료와 전문 완화의료를 초기에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에는 완화의료가 임종 직전이나 치료 중단 시점에 주로 이뤄졌으나,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조기 완화의료의 도입이 “암 진료 현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팀과 대한종양내과학회 산하 대한암완화·지지의료연구회가 국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22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 74.9%가 암 치료와 완화의료의 조기 통합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환자에게 사전돌봄계획 수립, 증상 조절, 임종 돌봄, 심리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나 가족의 거부감(70%)”, “치료 포기 오해(46.3%)”, “전문 인력 부족(34.4%)” 등으로 조기 의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컸다.

기술적으로 완화의료는 주치의가 호스피스와 연계된 전문팀에 환자를 조기에 의뢰, 신체적 고통은 물론 심리·사회적 측면까지 통합적 지원을 제공한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도 진단 초기 또는 기대여명 12개월 이내부터 치료와 완화의료를 병행할 것을 권고하는 등, 글로벌 의료계 전반의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 국내 현실에서는 “2차 항암치료 실패 시”가 가장 적절한 완화의료 의뢰 시점으로 꼽혔으나, 국제 권고와 비교하면 아직 늦다는 평가다.

 

완화의료 조기 도입의 또 다른 장애물로는 사회적 인식 부족과 관련 의료 인프라의 한계가 지적된다. 조사 응답자들은 “환자와 가족 인식 개선(40.5%)”, “전문 인력 확충(22.9%)”, “수가제도 개선(20.3%)”을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정밀의료, 데이터기반 환자 관리 등 혁신 서비스와 조기 완화의료가 결합하며 의료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진단이 많다.

 

전문가들은 진행암 환자와 가족에 대한 의료적·심리적 지원이 기존 치료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수진 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조기 통합을 통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줄이고, 환자가 스스로 질병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신혜 교수 역시 “완화의료는 치료 포기가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고통 완화와 삶의 질 증진을 위한 폭넓은 접근”임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완화의료 조기 통합이 실제 의료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대한암학회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 최신호에 실렸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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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종양내과전문의#완화의료#진행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