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금발 모델 ‘비비안’ 등장”…AI, 패션계 일자리 대체 우려
패션 잡지 ‘보그’ 미국판 2025년 8월호에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가상 여성 모델이 등장한 광고가 게재되며, 패션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존 모델 대체 우려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광고는 미국 의류 브랜드 게스(Guess)의 캠페인으로, 광고 하단에는 AI 모델임을 표기했으나 현실 모델 존중 문제, 고용 불안 등 다양한 반발이 제기됐다.
광고에는 금발 백인 여성 AI 모델 ‘비비안’이 줄무늬 원피스와 가방을 들고 미소 짓는 모습이 담겼다.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모델과 비교해야 하냐”는 비판 댓글에 6만7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는 등, 실재 모델의 다양성과 대표성 가치 약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까지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보그’ 측은 “AI 모델은 본지 편집 기사에 나온 적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2023년 싱가포르판 표지에 AI 아바타가 실린 바 있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계속된다.
광고는 AI 마케팅 기업 세라핀 발로라가 제작했다. 공동 창립자 안드레아 페트레스쿠는 “실제 모델의 포즈와 의상 핏을 기반으로 AI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AI 활용은 시간·비용 효율 면에서 브랜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고의 포즈 참고를 위해 실제 모델이 게스 의상을 입고 촬영했다고 밝혔다.
AI 활용 광고는 게스만의 사례가 아니다. 스페인 브랜드 망고(Mango)는 2024년 10대 청소년 의류 홍보 광고에 AI 모델을 썼고, 망고 CEO 토니 루이스는 “광고 제작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또 리바이스(Levi’s) 등 다양한 브랜드도 체형·피부색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AI 모델 실험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단순히 실재 모델에 그치지 않고, 사진작가·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패션 생태계 전반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AI 모델이 주로 백인 중심 미적 기준을 반영하고 있어 미의 다양성도 저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세라핀 측은 “기술적 제약 없이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으나, 의뢰와 대중 반응을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I 모델 도입이 글로벌 패션 광고 산업의 판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음은 분명하다. 효율성과 창의성 증대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소와 미적 기준 획일화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가 앞으로 기술과 인간 모델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