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생식의 비밀”…영국 동물원, 단위생식 이구아나 출산 확인
수컷과 교미 없이 새끼를 낳은 암컷 이구아나의 탄생 사실이 영국 동물원에서 확인돼, 생명과학 및 유전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암컷 투구머리이구아나는 전혀 수컷과의 접촉 경험 없이 8마리의 새끼를 출산했으며, 업계는 이번 결과를 파충류의 번식 패러다임을 다시 볼 기회로 평가한다.
이그조틱 동물원에서 최근 기존 번식 방법과 다른 ‘단위생식(parthenogenesis)’ 현상이 실증됐다. 단위생식이란 암컷 개체가 자신의 유전자만으로 후손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연에서는 파충류, 곤충, 일부 어류 등 제한된 종에서만 간헐적으로 보고된 기술적 현상이다. 통상 유성생식이 대부분인 척추동물에서는 극히 드문 일로, 동물종 유전체 연구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투구머리이구아나의 무성생식 사례는 유전체의 다양성과 적응 능력을 실전에서 확인하는 실증사례로 꼽힌다. 약 60%가 꼬리로 이루어진 독특한 신체 구조를 가진 이 파충류는, 온도·습도 조절 환경에서 어미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암컷 새끼만을 탄생시켰다. 파충류계에서 딸만 남기는 단위생식 현상은 유전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군집의 단기간 보존 및 멸종 저항성에서 실질적 활용성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절대적으로 수컷 개체가 필요하다는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지난 수년간 상어, 칠면조 등 극소수 야생종에서 유사 현상이 보고되었으나, 인정된 동물원 내부 사육 환경에서 공식 확인된 사례는 이례적이다. 참가 연구진은 “야생 개체군의 보존 전략에 중요한 힌트가 제공됐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학계에서는 이미 무성생식 메커니즘 규명과 유전체 조절 신호 분석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생명과학 기관들도 인공단위생식 유도 및 멸종 위기종 보존전략에 단위생식 적용을 시도하는 등 기초·응용연구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아직 단위생식이 왜 특정 환경에서, 특정 종에 주로 발현되는지 확인된 유전적·생리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짝짓기 파트너의 부족, 극한 환경, 유전자 내재변이 등이 촉발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파충류, 어류 등 멸종위기종 보존, 유전자 다양성 관리, 그리고 인공 번식 기술 개발 분야에서 단위생식 연구의 실질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생명은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고전적 명제가, 산업적·생태학적으로 다시금 과학의 과제로 부상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보존·번식 프로그램에 일상적으로 도입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 유전적 다양성 관리 등 논의와 함께 제도권 차원의 기준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