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테러와의 전쟁’의 상징, 별세”…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84세 일기로 생 마감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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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향년 84세로 숨을 거두면서 국내외에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내 대표적 ‘네오콘’(신보수)의 리더이자 조지 W. 부시 행정부 부통령을 지내며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침공 등 미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체니는 폐렴과 심장·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인 CNN은 체니 전 부통령을 “미국 현대 시기에서 가장 강력한 부통령”으로 평가하며 “9·11 사태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1941년생인 그는 와이오밍주 하원의원, 조지 H.W. 부시 정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두 차례 임기를 함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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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 전 부통령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강경 대테러 정책을 주도하면서,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는 주요 설계자였다. 이 같은 행보로 미국 내외에서 ‘최강의 부통령’, ‘실질 권력자’로 불렸으나, 테러 대응 명분의 선전과 실존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 정보 논란 등 비판도 컸다.

 

유족으로는 동갑내기 부인 린(84), 장녀 리즈(59), 차녀 메리(56)가 있다. 리즈 체니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활동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와 이후 의회 난입 사태 등을 거치며 트럼프와 결별했다. 최근엔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대선 후보 지지 및 선거 운동에도 나서 양당 경계가 흐려진 행보를 보였다.

 

체니의 사망 소식에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서는 “현대 미국 안보 정책의 그림자”(정치평론가 앤드류 스콧)라는 평가와 함께, 이라크전 흑역사 책임론이 재론되고 있다. 한편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방첩적 리더십, 결단 등 긍정적 유산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체니 전 부통령의 유산은 이라크전 명분 논란, 정보 왜곡, 행정부 권한 강화 등 미국 정치의 구조적 논쟁과 맞닿아 있다. 그의 별세 이후에도 ‘권력과 책임’, ‘안보와 자유’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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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체니#미국부통령#테러와의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