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대규모 출격”…한국여자골프, US여자오픈 정상 재도전→뜨거운 셈법
찬란했던 역사의 시간 앞에, 다시 한 번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정상 위 꿈을 품는다. 위스콘신주 에린 힐스의 아침 공기 속으로 25명의 태극기가 펄럭인다. 5년 만에 US여자오픈 정상 탈환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팬들의 기대가 고조됐다.
올해로 80번째를 맞는 US여자오픈은 29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열린다. 지난 1998년 박세리의 맨발 투혼 이후, 한국 선수들이 10명이나 우승자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김아림이 트로피를 들어 올린 2020년 이후 우승 소식은 멈췄고, 지난해엔 상위 10위 진입조차 쉽지 않았다.

올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시즌 개막부터 김아림, 김효주, 유해란이 LPGA 투어에서 3승을 합작하며 상승세를 탔다.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도 김효주가 준우승, 고진영과 유해란, 최혜진도 고르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156명 중 한국 선수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5명이 포진했다.
세계 랭킹 5위 유해란, 7위 김효주, 10위 고진영은 물론, 역대 챔피언인 김아림, 이정은, 박성현, 전인지도 가세해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김효주는 CME글로브 포인트 2위, 올해의 선수 포인트 3위에 올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지애, 배소현, 황유민 등 경험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며 폭넓은 전력을 구축했다.
일본 신예 선수들과의 자존심 경쟁 역시 이 대회의 변수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은 이미 3승을 기록했고, 신인왕 포인트 레이스 역시 일본이 강세를 보인다. 지난 2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사소 유카, 사이고 마오, 다케다 리오 등도 필드를 달군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 리디아 고, 지노 티띠꾼 등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메이저 무대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특히 총상금 1천200만달러(164억원), 메이저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상금이 걸려 있어 모든 선수의 동기 역시 어느 때보다 크다.
에린 힐스에 모인 팬들과 현지 시선 역시 한국 선수단의 저력에 거는 기대가 높다. 경기 내내 물기어린 그린과 변화무쌍한 날씨, 강호들과의 치열한 격돌, 그리고 5년 만의 정상 복귀라는 과제가 교차한다.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한 집념과 패기를 품은 25개의 이름. 이번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여자골프가 어떤 새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그 여정은 6월 2일까지 팬들의 손끝에 아릿하게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