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4가 수막구균 백신 임상 돌입”…아이진, 수입 대체 본격화로 자립화 도전
국내 합성 백신 기술이 감염병 대비 전략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아이진이 개발한 국산 수막구균 4가 백신 ‘EG-MCV4’의 임상 2상 투여가 16일 시작됐다. 해당 백신은 건강한 성인 125명을 대상으로 단회 투여 후 면역원성(면역 반응 효과)과 안전성을 평가하며, 수입 백신 ‘멘비오’ 대비 효능 비열등성을 시험한다. 업계는 “국내 수입 의존 백신 시장에서 본격적인 자립 경쟁의 분수령”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EG-MCV4 임상은 앞선 임상 1상에서 4가지 혈청형(A, C, W-135, Y) 모두에서 멘비오 대비 동등 이상의 면역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데 따른 본격 임상 2상 단계다. 백신 후보물질은 이미 선행 임상에서 안전성이 입증됐고, 다수 혈청형 대응을 목표로 자체 대량생산 플랫폼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수입 백신과 차별화된다.

아이진은 임상 2상과 3상 시험을 연속 진행해 2027년까지 국내 최초 품목허가를 목표로 삼는다. 국내 수막구균 백신 시장은 연간 100억원 규모로, 특히 군 병력 등 국가 조달 수요 비중이 크다. 현재 모든 백신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산화 실현 시 가격 경쟁력과 조달 안정성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역시 주목 대상이다. 2021년 30억 달러(4조원) 규모였던 세계 수막구균 백신 시장은 2027년 51억 달러(7조원)로 연평균 9.1% 성장이 예상된다. 아이진은 PAHO(범미보건기구) 조달을 통해 중남미 시장 진출을 우선 추진하고, 중국·일본·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으로 단계적 확대도 모색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외산 백신 중심의 조달 시장에서 국내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단가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수급 안정성을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글로벌 주요 제약사와 가격·기술 경쟁 구도가 본격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공공 조달과 위기 상황에 긴급 공급체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는 이번 EG-MCV4 품목허가를 계기로 자립화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백신산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의 품목허가와 조달 규정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 외에, 국가 조달 절차·임상 데이터 신뢰성 확보 등 고도의 상용화 진입장벽이 남아 있다.
백신 전문가들은 “EG-MCV4 국산화는 감염병 대응 주권에 직결되며, 수입 대체를 통한 경제성·공공성 강화를 동시에 도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