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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도 데이터로 읽는다…AI 한랭질환 예측 확산 조짐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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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영하 30도를 넘는 강추위가 반복되면서 한파를 질병과 재난의 문제로 다루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기상 빅데이터와 인구통계, 의료 기록을 결합해 저체온증과 동상 같은 한랭질환 발생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취약계층에 맞춤형 경보를 보내는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이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한파 대응이 단순 날씨 예보를 넘어, 기후 리스크 관리와 공공의료 디지털 전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본다.

 

최근 강원도 철원처럼 체감온도 영하 30도 안팎을 기록하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지역별 세분화된 한랭질환 예측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기상청은 기온과 체감온도를 중심으로 예보를 제공해왔지만, 실제 병원 응급실 내원자 수나 고령층 사망률 급증 시점과의 연계 분석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데이터 기업과 의료기관은 기상청 관측값, 위성 자료, 지면 온도 등의 기후 데이터에 건강보험 청구 정보, 응급실 방문 기록 같은 의료 빅데이터를 결합해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AI 모델의 핵심은 날씨 정보를 사람의 건강 위험도로 변환하는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영하 15도여도 풍속, 습도, 체감온도에 따라 동상 발생 확률이 달라지고, 독거노인 비율이나 노후 주택 비중, 도시 가열섬 영향에 따른 미세 기온 차까지 반영하면 위험도가 크게 달라진다. 딥러닝 기반 시계열 분석과 그래프 신경망 기법을 활용하면 읍면동 단위까지 위험도를 세밀하게 산출할 수 있어, 기존 단순 예보 대비 예측 정확도를 2배 가까이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기술은 실제 정책 집행 단계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지자체는 예측 위험도가 높은 지역부터 순찰 인력을 배치하고, 난방 취약 가구를 선제적으로 방문하거나, 스마트폰 앱과 문자 메시지로 저체온증 위험 행동을 줄이는 생활 수칙을 전파할 수 있다. 방문간호사와 보건소는 사전에 고위험군 명단을 받아 약 복용 여부, 난방 상태를 확인해 한랭질환과 심혈관질환 악화를 줄일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건설 노동자, 군인, 택배 기사처럼 실외 근무자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근무 시간 조정과 보호장비 지급 여부를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도구로 검토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기후 헬스테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폭염, 한파, 산불 연기에 따른 호흡기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플랫폼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일부 국가는 보험사와 연계해 기후 리스크를 반영한 맞춤형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재보험사는 재난 발생 확률을 산정하는 리스크 모델에 기후 헬스 데이터를 반영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범 사업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글로벌 헬스테크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 강화가 과제로 거론된다.

 

한편 규제와 제도 이슈도 만만치 않다. 기상 데이터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지만, 이를 개인 건강 정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법과 의료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질환 발생 확률을 가구 단위로 예측하는 과정에서 개인 재식별 위험을 어떻게 줄일지, 의료적 판단에 해당하는 경고 알림을 공공 플랫폼이 어디까지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식품의약 관련 당국은 한랭질환 예측 알고리즘이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될 경우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는 만큼,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한파 대응 기술이 정밀의료와 기후 적응 정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고령화와 기후 변화로 겨울철 심뇌혈관질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AI 기반 예측 플랫폼이 응급실 과밀과 의료비 증가를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공공 데이터 개방, 의료정보 비식별화, 알고리즘 검증 체계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기술 상용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기상 이변이 상수가 된 시대에 디지털 한파 대응 기술이 실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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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파예측#기상청#디지털헬스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