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퍼스트 기업 전환”…크래프톤, 게임 개발 패러다임 바꾼다
AI가 게임 산업의 조직 구조와 개발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AI 퍼스트(AI First)’ 전략을 전사 차원에서 도입하며 신규 채용 동결과 GPU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 조직 혁신에 나섰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AI 기반 게임 개발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3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인공지능(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핵심은 게임 개발·서비스·경영지원 전 분야에 AI를 본격 적용하고, AI 도입 효과 극대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병행하는 것이다. 약 1000억원 규모의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를 신설해 딥러닝·생성 AI 실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IP(지식재산권) 및 딥러닝 직군을 제외한 전사 채용 동결도 단행했다. 이는 비용 절감 목적을 넘어 “AI 기술 도입에 따른 개별 생산성 극대화”를 겨냥한 전략적 변화다.

이번 조직 혁신의 기술적 핵심은 두 단계로 구분된다. 하나는 사내 인력이 일상적으로 AI 도구와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 개발 및 서비스 품질·속도를 높일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다른 하나는 R&D(연구개발) 분야에서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과 온디바이스 특화 언어모델을 자체 개발·적용해 차별화된 게임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SK텔레콤 컨소시엄과 협력해 5000억 파라미터급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 게임 내 AI 중심 인터랙션의 기술 수직계열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CPC(Co-Playable Character)처럼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협력하는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모델도 실험 중이다. 기존 NPC(Non-Player Character)의 한계를 넘어, 플레이어와 실시간으로 전략·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략은 게임 산업 내 AI 활용도와 차별화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대 분기점이라는 평가다. 실제 엔비디아, 캡콤 등 글로벌 게임사들도 초대형 언어모델·실시간 AI NPC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서도 크래프톤이 인프라와 인력 체계, 자체 AI 모델 개발을 모두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는 드물다. 반면, 미국·일본 등은 이미 AI 기반 게임 자동화·시뮬레이션 부문에서 상용화된 성과를 내고 있어 글로벌간 격차 여부가 관건이다.
데이터 학습·운영 측면에서는 정보보호·자동화 프로세스 윤리 이슈, AI 기반 환경에서의 저작권 문제 등이 현안으로 지적된다. 정부 차원의 AI 기술 윤리 가이드라인, 서비스 내 AI 사용 투명성 확보 등 제도 보완 움직임도 업계의 변수다. 크래프톤도 정부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대규모 데이터 활용, B2C·B2B 서비스 융합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퍼스트 전략이 한국 게임 개발 생태계 전반의 인력·자본 구조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한다. 한편 크래프톤은 펍지 엘라이 ‘펍지 아케이드’ 모드 내 상용화 계획을 공식화해, 실제 AI 기반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게임 내 일상화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AI 혁신이 글로벌 게임시장 질서 재편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