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세포, 고형암 정조준”…국립암센터, 난치암 치료 새길 연다
면역세포 유전자치료 기술이 난치성 고형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립암센터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 연구단이 2025년 연구과제를 통해 간암, 뇌암 등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AR-T세포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업계는 이번 도전을 전통적으로 혈액암에 집중됐던 세포치료제 시장이 고형암 치료 경쟁 구도로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이번 연구과제로 고형암에 특화된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의 원천기술과 임상 적용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사업은 국립암센터, 서울대학교, 박셀바이오가 참여해 간·위·난소·두경부 전이성 뇌암 및 재발성·불응성 고형암 등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총 5개 세부과제로 추진되며, 임상 적용을 위한 바이럴 벡터 및 T세포 생산기술 과제도 병행된다.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림프구를 유전공학적으로 암세포 표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개조, 다시 환자에 투여해 면역 시스템이 직접 암을 공격하게 만든 맞춤형 세포치료법이다. 기존 혈액암에서 2017년 FDA 첫 상용화 이후 현장 사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 암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서는 혈관 장벽·미세환경 등 복잡 구조로 인해 임상 성공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번 과제는 고형암 특유의 미세환경 대응 유전자·세포공학 기법을 도입,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타깃인 간암, 뇌암 등은 표준 항암치료에 대한 내성이나 재발 사례가 많아 기존 치료법으로 한계가 뚜렷했다. CAR-T 치료는 암세포 선택성과 공격력을 높임으로써 환자의 생존율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등 혈액암에서 CAR-T 제품이 획기적 치료 효과를 보인 바 있어, 고형암으로의 확대 시 의료계와 환자 입장에서의 효과성 확보가 더욱 주목된다.
세계적으로도 고형암 대상 CAR-T 개발은 미국, 중국, 유럽 선진 기관이 경쟁적으로 임상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등은 다양한 항원 타깃 세포치료제 연구에 집중 중이며, 일부는 조기 임상에서 생존률 증가 신호를 보인 바 있다. 한국은 이번 연구단 과제로 글로벌 네트워크 협력 기반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고형암 CAR-T 분야는 첨단재생의료법 등 규제환경에 대한 적응도 관건이다. 식약처는 맞춤형 치료제의 생산, 품질, 안전성을 중심으로 단계별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있어, 임상 진입 시점과 상용화 허가 절차가 병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난치성 질환 임상연구 지원과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개선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연구비와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 중이다.
전문가들은 CAR-T 기반 고형암 치료제 개발이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번 연구단의 과제 선정이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적 기술주도권을 가져갈 첫 관문”이라고 밝혔고, 엄현석 단장 역시 “과제기관 간 공조로 고형암 치료의 혁신적 전기를 마련하고 바이오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향후 미국 NCI와 인력·기술 교류, 임상시험 협업을 통해 2029년까지 전주기 항암제 개발 모델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계는 이번 과제 성과가 실제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