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와이어투와이어 정상 등극”…정윤지, KLPGA MBN오픈 제패→3년만에 2승 감격

신도현 기자
입력

짧았던 웃음과 떨림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리웠다. 경기 후 정윤지가 TV 앞에 조심스럽게 펼친 작은 쪽지에는, 새벽녘 적어놓았던 우승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적혀 있었다. 간절히 원하던 순간이 손끝에 다다르자, 선수의 눈가엔 쏟아지듯 감정이 스며들었다.

 

1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정윤지는 3년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품에 안았다. 올 시즌 반복된 준우승과 근소한 차이의 아쉬움이 이어졌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라운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완벽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자신만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정윤지, KLPGA MBN오픈 제패→3년 만에 2승 달성 / 연합뉴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정윤지, KLPGA MBN오픈 제패→3년 만에 2승 달성 / 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은 퍼팅 감각의 비약적 변화에서 출발했다. 그간 정윤지는 정확한 아이언샷에 비해 퍼트에서 흔들리던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퍼팅 이득 타수 전체 6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경기 뒤 “샷과 퍼팅 훈련의 비중을 50대50으로 바꿨고, 머리를 고정하는 연습에 집중했다”며 “역그립 전환 후 퍼팅 안정감이 새롭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우승 이후 3년 만에 맞은 정상의 자리. 정윤지는 “부모님과 언니가 묵묵히 버텨준 세월이 있었기에 견뎠다”며 인터뷰 도중 울컥했다. 그는 “올해 상위권 입상이 목표였다. 이제는 더 큰 욕심이 생긴다. 또 한 번 우승하고 싶다”는 환한 미소로 마음을 털어놓았다.

 

최종라운드 18번 홀. 4타 차 선두로 나섰던 정윤지는 “마지막 퍼트를 놓치면 연장에 가야 한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손끝의 떨림 속에서 굳건하게 공을 집어넣은 우승 순간을 돌아봤다.

 

팬들 역시 깊은 감동을 표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 쪽지의 진실한 소감이 울림을 준다”, “정윤지의 꾸준함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등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현장과 온라인 곳곳에서 그의 우승을 찬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윤지는 이번 두 번째 시즌 승리로 상금 랭킹, 대상 포인트 등 여러 통계 부문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예고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성찰처럼, 한 장의 쪽지는 인내와 가족의 버팀목,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새겼다. 정윤지는 남은 시즌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하루의 작은 시작, 그리고 담담히 견디어낸 시간들. 이 기록은 6월 1일의 골프장을 넘어, 꾸준함과 성장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울림으로 남았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정윤지#klpga#mbn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