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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숲길, 철길 위에 낭만을 펼치다”…노원 북 페스티벌, 도심 속 새로운 문화풍경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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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는 공간도 새로워지기를 바란다. 도서관의 고요함 대신, 숲과 철길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책장을 넘기는 낭만이 일상이 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문화적 감수성과 삶의 리듬이 담겨 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계2동 주민센터 앞 경춘선 숲길 일대가 축제의 무대로 바뀐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금·토·일마다 펼쳐지는 ‘노원 북 페스티벌’은 ‘낭만보장’이라는 주제로 시민에게 새로운 독서와 만남을 제안한다. ‘낭만독서’부터 ‘낭만여행’, ‘청춘낭만’까지, 요일별로 각기 다른 테마를 바꿔가며 준비된 야외도서관 ‘노원 몽:땅 야외도서관’이 특별한 풍경을 완성한다.

책향기 가득한 야외도서관부터 북토크까지…‘노원 북 페스티벌’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다
책향기 가득한 야외도서관부터 북토크까지…‘노원 북 페스티벌’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다

축제의 시작도 남다르다. 10월 18일, 박상영 작가와의 진솔한 북토크가 문을 열고, 이어지는 뮤지컬 갈라쇼 ‘어쏘티드’, 맥주와 영화가 어우러진 ‘몽비어시네마’ 등은 기존 도서 축제에서 보기 힘든 다채로움을 선보인다. 커피 테이스팅이 곁들여진 인문학 강연, 박소영 작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 워크, 김가람 PD·유튜버 이소연의 여행토크 등은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동섭 작가의 명화콘서트까지, 무대 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일상에 천천히 번지는 여운이 된다.

 

숲길과 철길을 따라 곳곳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도 축제의 폭을 넓힌다. ‘즐겨보장’ 큰잔디마당의 공연과 강연, 다양한 체험부스, ‘골라보장’ 경춘스테이션 마당의 책·굿즈·먹거리 장터,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놀아보장’ 작은잔디마당과 책 전시존 ‘읽어보길’, 휴식의 ‘쉬어보길’에 이르기까지, 걷는 길마다 색다른 문화 경험이 시민을 기다린다.

 

이런 흐름은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직접 축제를 찾은 시민 A씨는 “책을 읽으러 온 건데, 어느새 공연도 보고 체험 부스를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며 “철길을 따라 걷다 책을 펼치면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고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올해는 꼭 가봐야겠다”, “평소와는 다른 장소에서 책을 만나는 색다름 때문에 기다려진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문화의 일상화’, ‘라이프스타일로의 독서’라고 해석한다. 한 공연기획자는 “축제의 본질은 낯선 곳에서 일상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있다”며 “책, 음악, 예술이 연결되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바라봤다.

 

그만큼 ‘노원 북 페스티벌’은 단순한 독서 캠페인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문화적 여정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의 철길을 문화의 무대로 바꾼 풍경, 시민의 일상에 스며든 책과 예술이 새로운 도심의 낭만을 만들어내는 순간, 이 작은 문화적 움직임은 우리 삶의 방향을 조용히 바꾼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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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북페스티벌#경춘선숲길#야외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