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민국” 광주광역시, 세월 머문 골목에 울린 미식의 온기→사람들이 남긴 흔적은 어디로
연두 빛으로 출렁이던 광주광역시의 아침, 그리고 시대의 자취가 깃든 골목길은 ‘고향민국’이 전하는 따스한 시선 속에 더욱 빛났다. 오랜 세월을 품은 무등산 자락과 활기가 식지 않는 시장,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도시의 풍경 너머에 깃든 울림이 화면을 채웠다. 무심한 듯 단단했던 골목과 노포의 시간, 그리고 소박한 한 끼의 힘이 시청자 마음을 천천히 흔들었다.
광주광역시의 가슴에는 무등산 석경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상절리 기암과 고요한 규봉암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산의 품을 보여줬다. 그곳에서 7년을 살아온 김숙영, 홍기봉 부부는 자연에 기대 하루를 쌓으며 작은 위안을 나눈다. 등산객 허기를 달래 온 무등산 보리밥에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온 세월의 온정이 담겨 있다. “무등산은 어머니의 산”이라는 이들, 자연의 품속에서 피어오른 밥 한 술은 아늑함과 행복을 전한다.

도시의 또 다른 심장, 양동시장과 1913송정역시장에는 전통과 변화가 뒤섞인다. 홍어 손질 장인은 긴 시간의 맛을 완성하기 위해 계절마다 정성을 쌓았고, 싱싱한 재료와 정겨운 인사가 오가는 가게들에서는 삶의 기운이 넘실됐다. 촘촘하게 이어온 시장의 역사에, 청년 상인들의 새로운 활기가 더해졌다. 송정역시장 골목에서는 국수 한 그릇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어둠 내린 밤 춤을 추는 부부 사이로 광주의 웃음과 따뜻함이 번진다.
골목마다 이어진 세월의 결, 양림동과 동명동은 근대와 현재가 교차하는 색다른 일상을 그려낸다. 시간의 흔적이 짙은 오웬기념각과 전통 한옥은 광주의 정체성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애호박찌개 향이 가득한 양림동 골목에는 옛것과 지금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개화기 의상으로 분한 이들이 걷는 길목마다 오래된 기운과 새로운 감각이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동명동 모녀의 전통주는 꿈과 노동의 미학을 보여주며, 저마다의 삶이 도시 구석구석과 맞닿는다.
광주광역시 중심 금남로와 충장로에는 세월이 흐른 만큼의 사연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손님마다 발의 기억을 지닌 수제화 장인과 한땀 한땀 마무리된 자수를 곱게 새기는 명장은 오랜 역사의 한 자락을 묵묵히 이어간다. 백반집 스무 가지 반찬, 90년을 한결같이 지키는 단관극장, 여고생들의 웃음이 시작이었던 ‘공룡알빵’은 모두 광주라는 이름 아래 세월을 견뎌온 얼굴들이다. 촘촘히 엮인 시간들과 골목마다 쌓인 기억이 하루의 저녁으로 은은하게 번진다.
길 위에서 밟고 지나온 시간, 시장에서 주고받은 온기, 음식에 스민 추억은 ‘고향민국’의 셔터 아래 한 장의 풍경이 된다. 각자 다른 기억이지만 모두 빛고을 광주의 한 조각임을 깨닫게 한다. EBS1 ‘고향민국’ 광주광역시 편은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저녁 7시 20분, 골목과 사람, 그리고 미식이 남긴 이야기를 네 편의 다큐멘터리로 차분히 풀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