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사단장 등 빠지게 하라”…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해병대 재조사 브리핑 자료 손질 정황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의 핵심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언론 브리핑 초안을 손질하라고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9월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진희 소장은 2023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가 언론에 배포할 브리핑 자료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관계자 4명’에 대한 모든 언급을 삭제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문건에 따르면 박 소장은 해당 브리핑의 실제 당일인 8월 21일 오전까지 김모 수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계자 4명 관련 모든 내용을 없애라”고 거듭 지시했다. 그러나 김 단장이 이를 거부하자, 두 사람 사이 충돌이 이어졌고 결국 브리핑 리허설이 한때 중단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박 보좌관의 압박은 브리핑 하루 전인 8월 20일 “범죄 단서라는 표현을 ‘문제가 식별된’으로 완화하라”는 형태로도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문구 일부가 조정되기도 했다.

조사본부는 반복되는 삭제 요구를 거부하며 내부 협의 끝에 일부 문구만 수정하는 선에서 대응했다. 다만 박 소장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통해 보고서 내용에 개입하려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월 17일에는 ‘관계자 4명의 경찰 수사 필요성’ 언급 자체를 최종 보고서에서 뺄 것을 요구했고, 결재 직전까지 ‘사실관계 적시를 삭제하라’, ‘범죄 혐의 인정은 제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핵심 내용 삭제 요구를 재차 거절했다.
해병대 내 조사본부 수사단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명시한 중간보고서가 상부에 전달된 8월 14일 이후, 박 소장의 압력은 더욱 집중됐다. 15일 저녁, 박 소장은 “핵심 2명은 괜찮지만 4명은 재논의하자”며 수정 요구를 이어갔고 16일 오전에는 “관계자 4명 언급을 뺄 수 없겠느냐”, “사단장의 방어권을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이튿날 추가로 “일부 정황은 진술이 상반돼 혐의 인정이 부족하다”는 완화된 서술까지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기록을 받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 9일부터 20일까지 재검토 끝에 임 전 사단장 등 4명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령 2명만 경찰에 이첩했다. 특검팀은 현재 박 소장이 재조사 기간 김 단장과 45차례나 통화한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당시 압력 배후에 이종섭 전 장관 등 상부 개입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해병특검팀은 통화 녹취록과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향후 박 소장 및 이종섭 전 장관 소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정치권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 사건을 두고 국방부 지휘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과 향후 공식 보고 절차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