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출국 전후 전 과정 조율”…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해병특검 피의자 신분 조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논란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 지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9월 24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하며,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정국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조태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서 성실히 말하겠다”고 밝혔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 여부’, ‘공관장 자격심사 절차 정상성’ 등 핵심 쟁점에는 답변을 피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조 전 장관이 해병특검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특검팀이 조 전 장관을 주목한 배경에는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에서부터 귀국, 사임에 이르는 일련의 행정 과정이 모두 조 전 장관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있다. 조 전 장관은 작년 1월부터 윤석열 정부에서 외교부를 이끌었고, 이 전 장관이 피의자 신분임에도 급작스럽게 호주대사로 임명된 점, 이후 출국금지 상태였음에도 인사 검증과 자격 심사를 졸속으로 통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검팀은 조 전 장관이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만큼, 인사 검증 및 임명 절차에 외압 또는 불법성이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의 수사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4일 조태열 전 장관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6일에는 외교부도 전격 압수수색하며 관련 물증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조 전 장관의 피의자 소환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와 함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도 같은 날 7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보고를 둘러싼 기록 이첩 보류, 회수 등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및 모해위증)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향후 특검 수사가 이종섭, 조태열 등 전직 장관을 거쳐 당시 청와대와 정치권 핵심 의사결정 구조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임명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여권은 “특검의 절차가 정치공세로 흐르지 않도록 법적 판단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는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귀국 과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특검팀은 외교부 및 해병대 지휘부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은 관련 수사 결과와 파장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국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