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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캡, 헬리코박터 제균 85% 돌파”…HK이노엔, PPI 대체 신약 가능성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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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국내외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율 80%를 돌파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케이캡의 경쟁력이 입증되면서 신약 시장 점유율 변동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5 유럽소화기학회(UEGW)에서 발표됐다. 연구는 국내 헬리코박터 양성 환자 3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케이캡정(테고프라잔) 기반 표준 3제 요법(케이캡, 아목시실린, 클래리트로마이신)과 기존 PPI 약물인 란소프라졸 기반 요법을 14일간 투여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했다. 임상 결과 케이캡 50㎎ 및 100㎎ 투여군의 제균율이 각각 85.95%, 85.48%로 란소프라졸(78.74%)을 앞섰고, 통계적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각 용량군 모두 제균율 80%를 상회했다.

P-CAB 계열로 분류되는 케이캡은 기존 PPI 계열과 달리 위산분비 억제 지속력이 높고, 약물 반응 속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해설이다. 실제로 단일 성분이 아닌 표준항생제와의 병용 시에도 1차 치료 조건인 제균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 지침 개정안 기준을 충족하는 수치다. 특히 기존의 표준 PPI 기반 요법이 항생제 내성 문제와 비교적 낮은 제균율로 제1차 치료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이번 임상으로 케이캡이 그 기준을 넘어섰다는 점이 실제 의료현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시장 측면에서 이번 데이터는 케이캡의 글로벌 확장성에도 의미를 더한다. HK이노엔은 동 학회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 연구자 주도 임상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라틴아메리카는 케이캡이 진출한 전략 시장으로, 현지 임상 자료는 의료 실무적 신뢰도를 높인다. 이러한 다국가 임상 축적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 구도에서는 케이캡이 PPI 계열(란소프라졸 등) 중심의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균효과를 제시하며, 기존 약물이 갖는 약효 지속성 한계와 내성 이슈를 일부 극복했다는 평가다. 미국 FDA, 유럽 EMA의 임상 데이터 요구 사항 역시 제균율·안전성 수치 중심으로 강화되는 추세여서, 케이캡의 임상 데이터는 해외 인증의 기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케이캡은 2019년 출시 이래 누적 처방액 8101억원을 달성했다. 첫 국산 P-CAB 제제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외에도 위식도역류질환 포트폴리오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후급등한 글로벌 규제환경, 국내 임상 가이드라인 부합 등도 상업화 속도를 높이는 요소다. HK이노엔 측은 “케이캡이 PPI 계열을 대체하는 1차 치료제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 강조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케이캡이 제균율 80% 이상을 입증함에 따라 1차 치료 요법 패러다임 변화에 미칠 실효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 개발 신약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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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케이캡#헬리코박터파일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