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신약 이름, 의사가 만든다”…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네이밍 공모
GLP-1 수용체 작용 기반의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 바이오산업 패러다임에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이 신약의 제품명을 공식적으로 정하기 위한 네이밍 공모전을 시작했다. 공모는 국내 의료 전문 포털 HMP에 가입된 의사를 대상으로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업계는 의료진이 직접 참여하는 브랜드 네이밍이 의약품 신뢰도와 시장 경쟁력 강화의 관문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랩스커버리(LAPSCOVERY) 기술이 적용된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로, 현재 국내 비만 적응증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통과 시 내년 하반기에 국내 처음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 임상에서 우수한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GLP-1 계열 치료제 중에서도 심혈관 질환 보호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GLP-1 작용제 대비 효능 및 안전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임상 결과가 확인될 경우, 내년 본격적인 시장 진입 후 빠른 시장 확장도 기대된다.

의료진이 직접 신약 네이밍에 참여하는 사례는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공모를 전문의약품의 의료적 신뢰와 대중적 친화력을 모두 갖춘 브랜드 마련을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브랜드명 적합성, 참신성, 대중성 세 가지 기준의 내부 심사를 통해 우수 제안자를 시상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R&D센터장 최인영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독자 기술로 끝까지 개발한 GLP-1 비만 치료 신약”이라고 밝혔고, 대표 박재현은 “이 공모전이 한국을 대표하는 비만 치료제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모 참가자격을 의료진으로 한정한 배경에 대해, 회사는 의약품 특성상 의학적 진단을 전제로 처방되는 전문약이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향후 임상3상 마무리와 네이밍 확정이 이어질 경우, 한미약품은 국내외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독자적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노보노르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사의 GLP-1 비만 신약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산 신약의 출현이 해외 진출 및 시장 다변화의 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국내 최초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연내 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 안에 제품명까지 확정해 시장에 등판할 경우, 바이오 의약품 산업의 ‘국산화’와 브랜드 신뢰도 제고라는 두 과제 달성이 병행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약물 상용화와 네이밍 과정이 결국 한국 바이오 산업 내 신약 R&D 경쟁의 현주소와 브랜드 전략의 새로운 좌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실제 시장 진입 이후 소비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