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도 이란 핵심 지하시설 건재”…IAEA 우려 속 핵 위기 장기화→감시 사각지대 남나
회색빛 먼지가 아직도 내려앉지 않은 이란의 새벽, 테헤란의 거리는 공습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멈춰 있었다. 이스라엘 공군의 공격은 꿈틀거리는 긴장과 불안을 한순간에 현실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들의 무거운 함성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는 어쩌면 더욱 견고해진 듯 침묵하고 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14일 이스라엘 공습 직후, 이스파한과 나탄즈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4곳이 일부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외부 방사능 수치는 미동도 없었고, 우라늄 변환시설과 정교한 원심분리기들이 포르도 지하 암반 속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날 수 있었음이 관측됐다. 지상에 남은 것은 파괴된 전기설비와 무너진 일부 건축물뿐—핵개발의 주요 엔진은 여전히 건재했다.

나탄즈에는 순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약 400킬로그램이 비밀스럽게 보관돼 있었다. 이는 무기화 직전 단계의 핵물질이며, 이란은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보유하지 않은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이를 생산하는 이정표에 올라 있다. 우라늄 변환시설은 옐로케이크를 농축 단계로 이끄는 중요한 관문이지만, 이번 공습에서는 그 내부의 기계와 핵심 기술들의 손실이 보고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에 머무르지 않았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민간목적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그 위험이 인간과 환경 모두에 치명적임을 경고했다. 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란의 핵개발 일정에는 조금의 지연도 감지되지 않는다. 미 워싱턴포스트와 무기통제협회, 그리고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지하 깊숙이 들어앉은 포르도와 나탄즈의 안전을 확인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치명적 한방이 아니었음을 냉정히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지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미군이 보유한 3만 파운드급 정밀유도폭탄과 같은 압도적 무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자체적으로 이 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현실은, 최첨단 기술의 경계선에서 그들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다.
파편처럼 흩어진 공습의 여파는 단지 철근과 콘크리트에만 남은 것이 아니었다. IAEA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포르도와 나탄즈에서 검사관들을 철수시켰고, 감시의 창은 어둠에 감춰지게 됐다. MIT 안보연구 프로그램 짐 월시 연구원은 오히려 이러한 공격이 내부의 핵무기 개발 요구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더욱 강경한 이란의 태도를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도는 핵심 시설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하며 또 다른 불안을 남겼다. 하루가 다르게 더해지는 불확실성,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진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이란이 감시를 거부하고 우라늄 이동을 숨긴 채, 핵위기를 안개 속으로 몰아넣을수록 국제사회는 더욱 조마조마한 긴장을 토해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 그리고 IAEA가 만들어내는 이 불협화음의 소용돌이는, 아직도 중단 없는 역사의 한가운데서 거세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