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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백 세 김인수의 봄길”…이재숙과 모녀 팔도 유랑기→눈물 젖은 가족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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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백 세 김인수의 봄길”…이재숙과 모녀 팔도 유랑기→눈물 젖은 가족의 시간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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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의 평범한 집에서 시작된 아침, 이재숙과 어머니 김인수의 미소에선 오래 지닌 시간만이 건네는 온기가 전해졌다. 올해로 백 세를 맞은 김인수는 어린 시절부터 뚜렷한 기억력과 남다른 굳건함으로 6남매를 키우며 거친 세월을 견뎠고,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만은 결코 식지 않았다. 옛 부산 국제시장에서 흘린 청춘의 땀, 세 아들의 먼저 간 이별, 끝내 남편에게 건넨 마지막 작별까지, 수많은 기억이 어머니의 단단한 눈빛과 미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아도 모녀의 오늘은 남다르게 흘렀다. 뇌경색 후 불편해진 거동 탓에 세상이 점점 좁아졌던 노모이지만, 손자, 자식의 이름부터 지나온 인생의 굵직한 순간까지 작은 것도 빠짐없이 기억해왔다. 딸 이재숙은 학창 시절에도 장학생의 자부심 대신 가족을 향한 희생을 먼저 선택했다. 동생들을 책임지려 일찍 사회에 뛰어든 후, 보험설계사로 33년을 일하며 가족을 지켰고, 은퇴 후에는 다시 공부에 매달려 일흔에 학사모를 썼다. 인생의 고비마다 이재숙은 어머니 곁을 한 번도 놓지 않으며 살아온 방식을 고스란히 돌려주듯 어머니를 품었다.

“꽃 따라 길 따라”…‘인간극장’ 100세 어머니와 팔도 여정→세월을 걷는 모녀의 봄 / KBS
“꽃 따라 길 따라”…‘인간극장’ 100세 어머니와 팔도 여정→세월을 걷는 모녀의 봄 / KBS

여느 집처럼 반복되던 일상. 그러나 모녀는 가족 대신 화려한 잔치 대신 캠핑카로 전국 8도를 누비기로 마음을 모았다. 봄바람 따라 떠난 이 여정엔 맏손자 조동현이 동행해 3대가 함께 세월을 돌아보았다.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선산에 들러 아버지의 묘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모녀는 꽃잎 같은 그리움과 평온을 되새겼다. 오일장에서는 오래된 장터의 소란에 함께 젖었고, 식물원에서는 잊고 지냈던 자연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받았다.

 

여행지마다 딸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의 미소는 한 마디로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듯했다. “좋다”는 어머니의 말에 가족들은 얼어붙었던 감정을 같이 녹이며, 오랜만에 마주한 생일상 위의 행복을 조용히 나눴다. 꺼내놓기 힘든 아픔도, 때론 담담히 지나쳐온 생활마저도 이 봄 한 시절만큼은 서로에게 단단한 의지가 돼줬다.

 

꽃 피는 길 위에서 두 모녀가 만난 순간들은 누구의 일상과도 닮아 있고, 느린 걸음이지만 세 번의 인생을 살아온 어머니와 그 곁을 든든히 지키는 딸의 이야기는 세대를 잇는 애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삶이란 결국 누군가 곁에 머물러 주는 시간이 아니겠냐는 조용한 질문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한 세기에 가까운 삶을 걸어온 노모와, 그 발걸음을 닮아간 딸의 팔도 유랑. KBS 1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은 김인수, 이재숙 모녀의 봄길을 따라가며 소박하지만 깊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아침 7시 50분 KBS1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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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김인수#이재숙